미니WTI선물 6월 인도분
투자자, 83단위 매도 상태
유가는 한 달도 안돼 154% 상승
지난달 유가 급락으로 손실을 봤던 국내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투자자들이 이달에는 만기를 앞두고 유가 하락에 큰돈을 걸었다. 선물 만기 직전에 가격이 폭락할 것으로 보고 투자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최근 유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선물 만기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대규모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유가 하락 베팅한 '원유개미'…나 떨고 있니?

원유 선물 매도한 투자자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대형 증권사와 선물회사 7곳(NH선물, 삼성선물, KB증권, 메리츠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유안타증권)을 통해 미니WTI선물 6월 인도분을 83단위 매도(지난 15일 기준)한 상태다. 선물을 ‘매도했다’(매도포지션을 취했다)는 것은 ‘이 계약을 맺을 당시 가격으로 미래에 해당 선물을 매도하겠다’는 약정을 맺었다는 뜻이다. 미니선물이 아닌 일반 선물 매도량은 얼마나 되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 계약 1단위는 미니선물이 500배럴이고 일반 선물이 1000배럴이어서 단위당 투자 금액도 일반 선물이 크다.

선물 매도자는 기초자산 가격이 오르면 손실을 본다. 기초자산이 20달러일 때 매도했는데 30달러가 됐다면, 매도자는 청산할 때 이를 30달러에 산 뒤 20달러에 계약 상대에게 넘겨야 한다. 이렇게 되면 10달러 손해를 입는다. 투자자들은 실질적으로 -10달러 차액 결제만 한다. 청산은 만기 전에 꼭 해야 한다. 6월 인도분 만기는 미니WTI선물이 19일 새벽 3시30분(한국시간), 일반 WTI선물이 20일 오전 6시다.

원유 선물을 매수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들 증권사를 통한 미니WTI선물 6월 인도분 매수는 5단위에 불과하다. 매수 투자자는 기초자산 가격이 오르면 수익을 본다. 매수보다 매도 투자가 훨씬 많은 건 지난달 만기를 앞두고 벌어진 유가 폭락 사태가 이달에도 재연될 거라고 봤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으로 손실 위기

최근 유가는 오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WTI 선물 6월 인도분 가격은 지난달 21일 배럴당 11.57달러에서 이달 15일 29.43달러로 154.36% 올랐다. 지난달 유가가 계속 떨어졌던 것과 반대다.

선물을 매도한 투자자가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선물 투자자는 거래 전에 증거금을 증권사 계좌에 미리 넣어놓는다. 손실을 보면 증권사는 증거금에서 손실분을 뺀다. 최근 미니WTI선물 거래를 위한 증거금은 단위당 5500달러 선이다. 83단위면 증거금만 45만6500달러(약 5억6000만원)다. 파악되지 않은 다른 증권사의 증거금과 일반 WTI 선물 증거금(1만1000달러)까지 더하면 투자금액은 이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

무더기 반대매매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증권사는 평가손실이 증거금의 일정 비중을 넘으면 투자자에게 증거금 보충을 요구하는 ‘마진콜’을 한다. 그래도 돈이 안 들어오면 강제 청산한다.

“만기 코앞…리스크 간과 우려”

전망은 엇갈린다. 존 켐프 로이터 수석연구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WTI 6월 인도분이 만기가 됐을 때 인도돼야 하는 현물(선물 미청산 물량)은 1억3800만 배럴 남았다”며 “청산 속도가 빨라져야 지난달 같은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만기가 비슷하게 남은 시기에 2억 배럴 정도가 미청산 상태였다. 이달에는 지난달보다 양이 적지만 그렇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김찬영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팀장은 “위험회피(헤지) 목적이 아니라 투기 목적으로 선물을 매도하는 건 위험해 해외에서는 잘 하지 않는다”며 “최근 국내에서 원자재 투자 리스크를 과소평가하는 분위기가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양병훈/선한결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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