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긴 호흡으로 대처…언택트·필수 소비재株 등 유망"
지난 3월 중순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은 연일 비상회의를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사학연금이 보유한 7조원가량의 주식 자산이 순식간에 1조원대 평가손을 기록했던 것이다. 관리단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동 손절매 시스템을 수동 모드로 돌리고 시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했다.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의 대책으로 글로벌 증시가 반등하면서 손실을 대부분 회복했다.

이규홍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CIO·사진)은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요국 증시가 빠르게 회복했지만 회사채 금리와 공포지수(VIX) 등 많은 지표가 여전히 위기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사학연금은 보수적 시각을 기본으로 삼되 장기적으로 유망한 4차 산업혁명과 필수소비재, 재정건전 선진국 위주로 투자처를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장기투자자로서 일희일비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립학교 교직원의 연금 기금 18조원을 운용하는 사학연금은 최소 10년 후 미래를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학연금은 이번 급락장에서 코스피200지수에 포함된 큰 기업 주식은 손절하지 않고 오히려 추가로 사들였다”며 “위기 상황에서 기계적으로 주식을 손절매하면 자칫 반등국면에서의 기회비용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학연금은 당분간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망 자산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언택트(비대면)와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을 최우선 후보로 지목했다.

온라인 수업 확산 영향으로 노트북PC 구매가 크게 증가하고, 넷플릭스 같은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이 늘면서 반도체와 통신 관련 산업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의 속도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가운데서도 공유경제 업종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필수 소비재 산업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로 주요국에서 도시봉쇄 상황을 경험하면서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재와 그렇지 않은 소비재의 구분이 분명해졌다”며 “필수소비재를 수입하던 나라들이 낭패를 봤던 만큼 앞으로는 해당 물품을 자국에서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수소비재 내에서도 모여서 소비를 하는 소비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반면 ‘나홀로 소비’와 관련된 분야가 집중적인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적으로는 재정정책을 잘 써서 자국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가 차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재정 투입 확대로 주요 선진국에서 각종 인프라 투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봤다. 이를 고려하면 신흥국보다는 선진국 투자가 유망하다는 설명이다. 재정이 부실한 남유럽 국가보다는 독일,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 및 거대 시장과 강력한 기업 기반을 보유한 미국이 유망 투자처 지위를 공고히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단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각국 정부가 재정적자 규모에 얽매일 필요 없이 돈을 풀어도 된다는 ‘현대화폐이론(MMT)’을 시행하고 있다”며 이런 새로운 움직임이 미칠 파급효과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