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파른 반등장, 거품 아니다…내년 기업 실적 개선 미리 반영"
“주식 투자를 30년 넘게 했지만 요즘처럼 실물경제와 증시의 괴리가 큰 장세는 처음 본다. 하지만 거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동헌 행정공제회 부이사장(사진)은 12일 기자와 만나 지난 3월 중순 이후 빠르게 반등한 국내 증시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장 부이사장은 “올해보다는 내년 이후 실물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코스피지수에 미리 반영되고 있다”며 “미국조차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점을 고려하면 채권 대신 주식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장 부이사장은 1998년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장동헌펀드’를 운용했던 1세대 펀드매니저다. 2015년부터 행정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아 약 14조원의 기금을 굴리고 있다. 매년 시장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덕분에 취임 당시 86%였던 지급준비율(회원에게 돌려줄 금액 대비 자산총액)을 101%까지 끌어올리는 수완을 발휘했다.

그는 “지난해 주식뿐 아니라 채권 원자재 등 모든 자산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것을 보고 시장이 과열이라고 판단해 자산의 5% 안팎이던 현금 비중을 작년 말 10%까지 높인 게 도움이 됐다”며 “코로나19 충격으로 증시가 급락한 3월 이후 주식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장 부이사장은 코로나 사태의 충격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이 투자하기 좋은 기회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 증시의 경우 기업 이익은 직전해에 비해 거의 늘지 않았는데도 S&P500 지수는 30% 가까이 올랐다”며 “이익 증가 없는 주가 상승이 지속되기는 어렵고 마침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사태가 터지면서 시장이 크게 조정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장 부이사장은 “자산가치 고평가 우려가 상당히 해소돼 투자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며 “각국 중앙은행이 빠르고 정확하게 ‘외과 수술식’ 위기 대응 정책을 내놓고 있어 쇼크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망한 투자상품으로는 국내외 리츠(부동산투자신탁)를 1순위로 꼽았다. 그는 “리츠는 기초자산이 부동산이지만 주식시장과 상관관계가 더 높은 탓에 최근 일반 주식과 함께 동반 급락했다”며 “부동산시장은 호텔이나 리조트처럼 코로나19 충격으로 문제가 생긴 자산들도 있지만 물류와 데이터센터 등 산업용 부동산과 통신 인프라 관련 자산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공제회도 지난 3월 해외 리츠와 부동산 저당증권 등에 약 3000억원을 투자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외식이나 여행을 영원히 안 하고 살 수 없으므로 지금의 어려움을 시간이 해결해주고 나면 어떤 주식이 빠르게 반등할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