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투기장 변질 차단
'고위험 ETP 대책' 이번주 발표
원유ETP 액면병합 허용도 검토
이르면 다음달부터 원유선물 상장지수증권(ETN)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은 예탁금을 미리 낸 사람만 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고위험 상장지수상품(ETP)에 초단타로 투자하는 투자자가 몰려들면서 증시가 투기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원유·레버리지·곱버스 ETF ETN에 '기본예탁금' 도입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고위험·투기성 ETP에 기본예탁금을 설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위험 ETP 종합대책’을 이르면 이번주 발표할 예정이다.

기본예탁금은 특정 금융상품을 거래하려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미리 맡겨놓는 돈이다. 주로 선물·옵션(1000만원)이나 주식워런트증권(ELW·1500만원) 등 고위험 파생상품에 설정돼 있다. 위험부담 능력을 갖춘 투자자를 선별하기 위한 일종의 ‘진입장벽’인 셈이다.

금융위는 당초 원유선물 ETN·ETF 등에 기본예탁금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파생상품과 차입 등을 통해 기초지수 변동폭 대비 두 배 이상의 수익을 안겨주는 레버리지와 곱버스(곱하기+인버스) ETF로 투자자들이 몰려들자 적용 대상을 넓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본예탁금 적용 대상 범위와 액수를 얼마나 할지 등을 놓고 고심 중”이라며 “투자자가 상품구조를 이해하기 어렵고 투기성이 높은 상품으로 한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TP에 기본예탁금을 두려면 거래소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 거래소의 관련 전산 준비와 규정 변경에 따르는 사전예고 기간 등을 고려하면 다음달부터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최근 국제 유가 급락으로 순자산가치가 ‘0’에 가까워진 원유 ETP 상품의 액면병합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액면병합을 하면 실제 가치 변동은 없지만 액면가(주가)가 높아져 변동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 밖에 고위험 ETP 투자 시 사전교육 의무화, ETN 자진청산(상장폐지) 허용, 유동성공급자(LP) 추가상장 신고서 효력발생기간 단축 등도 논의 중이다.

금융투자업계는 대책에 포함될 상품 범위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본예탁금이 설정되더라도 고위험 ETP 투자광풍을 잠재우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레버리지·곱버스 ETF의 경우 지수 향방을 놓고 베팅하는 상품의 특성상 개인이라도 1억원 이상을 넣은 투자자가 상당히 많다”며 “이들에게는 기본예탁금이 큰 문턱으로 느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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