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900 안팎의 ‘박스피’에서 한 달째 오르내리고 있는 가운데 언제 2000선을 돌파할지에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 위에 안착하려면 외국인 투자자 복귀가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대유행)’으로 번진 이후 국내 증시에서 20조원어치 넘게 주식을 팔아치운 외국인들이 순매수로 돌아서지 않고서는 지수의 추가 상승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신흥국 환율 안정 △기업들의 실적 바닥 확인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등 세 가지를 꼽고 있다.
'박스피' 탈출?…"환율 안정·실적 바닥 확인돼야"
외국인 자금 줄이탈 지속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최근 3주 동안 1900 근처에 머물렀다. 코로나19 사태로 폭락했던 지수는 지난 3월 19일 바닥(1457.64)을 찍고 상승 반전해 4월 17일 1914.54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이후 1900대에서 맴돌고 있다. 최근 증시가 상승하는 힘을 잃은 건 외국인이 순매도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코로나19 사태로 조정이 시작된 지난 2월 17일 이후 이달 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22조78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글로벌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글로벌 펀드평가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 2월 13일부터 이달 6일까지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은 277억5922만달러에 달한다. 12주 연속 순유출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신흥국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유입돼야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로 돌아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사태 발발 이듬해인 2009년 3월 19일부터 2010년 12월 14일까지 신흥국 주식형 펀드로 878억2297만달러가 들어왔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순매수액은 52조824억원에 달했다. 코스피지수는 1169.95에서 2009.05로 수직 상승했다.

기업 실적 바닥 확인해야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 복귀하기 위해선 신흥국 통화 불안 현상이 완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 주식을 매수한 상황에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외국인으로선 환차손을 볼 수 있어서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흥국 경제 상황이 나아지는 게 확실히 보여야 달러 강세 현상이 완화되고 국내로도 돈이 들어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다 중요하게는 기업 실적이 바닥을 찍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많이 수습됐지만 중동, 남미, 동남아 등에서는 진행 중인 곳이 많다. 서구권에서도 여전히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동아시아가 아닌 다른 신흥국도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신흥국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다시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론 치료제 필요

근본적으로는 코로나19 치료제가 개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 중앙은행(Fed)이 상업용 모기지 채권을 직접 사들였는데 그러고 나서도 몇 달이 지나서야 외국인 자금이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이번에도 치료제가 개발돼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잡힌다는 확신이 있어야 신흥국에 대한 투자 심리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투자은행(IB)들은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코로나19 사태가 주기적으로 다시 창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두 번째로 몰려왔을 때 파장이 얼마나 큰지가 투자심리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한 것도 외국인의 국내 증시 복귀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매도는 외국인에게 국내 증시 투자의 리스크를 회피(헤지)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주요 헤지 수단이 금지되면 한국 증시 투자를 위해 더 큰 리스크를 져야 하므로 복귀 시기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