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의 점심식사 자리에서는 언제나 투자 아이디어가 오고간다. 어느때처럼 국내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에게 선호 종목을 물었다. 단, 매도 시점을 연말로 잡았다. 그는 고민없이 KT(25,350 -0.59%)를 꼽았다. 배당이 매력적이고,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악화 우려가 적으며, 무엇보다 신임 CEO 구현모 사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크다는 주장이다.

KT는 그동안 매니저들의 톱픽(최선호종목)과는 거리가 먼 종목이었다. 성장이 정적인 통신업종의 특성에 더해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라는 지배구조상 특이점으로 인해 영업외적인 주가변동이 잦아 오히려 업종 내 기피종목에 가까웠다. 5세대 이동통신(5G) 테마가 강세를 보였을 때도 통신주보다는 부품 및 장비주들이 상승을 이끌었던 점도 투자를 망설이게 한 이유다.

KT는 7일 장 내내 보합세를 보이다가 전날과 동일한 2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이후 18.38% 올랐다. 이 기간에 기관투자가는 KT 주식 32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상승을 이끌었다. 주가는 이미 연고점 대비 11.98% 회복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KT 주가가 ‘신임 CEO 효과’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구 사장은 인수합병(M&A)보다는 기존 사업부문의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을 늘리고 비용통제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실적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안정적인 경영 정책을 기반으로 내년초까지 30% 이상의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KT 실적 개선을 점치는 이유는 5G 가입자가 코로나19 확산 속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KT는 지난 3월 5G 가입자가 15만6000명 증가해 시장 우려보다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ARPU개선 효과가 큰 5G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내년부터는 5G 투자를 위해 집행한 무형자산상각비가 정체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턴어라운드(급격한 실적개선)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T의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4% 증가한 1조2022억원으로 늘어날 정망이다.

KT를 추천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KT는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라는 지배구조로 인해 외부 출신 CEO들의 정권 눈치보기 및 기업 이해 부족 등으로 업종 내에서도 저평가를 받아왔다"며 "12년만에 내부 출신 CEO가 부임한만큼 정상화 과정을 거치며 밸류에이션을 회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KT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8.1배로 SK텔레콤(11.3배)이나 LG유플러스(11.0배)에 비해 저평가된 상태다.

약점은 통신부문 실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보조금 경쟁 심화 가능성이다. 이달들어 통신3사가 갤럭시S20 시리즈의 공시지원금을 올리면서 가입자 유치 경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일부 유통망에서는 불법 보조금이 재등장했다는 소식까지 나오고 있다. 김희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상황 호전 이후 보복적 소비를 기대한 통신사들의 마케팅 과열은 실적 전망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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