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대형 증권사에 자기자본의 30%까지 확대해준 콜머니 차입 한도를 이달부터 25%로 다시 낮췄다.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입 통지) 사태로 촉발된 증권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점차 해소되면서 콜차입 규제도 단계적으로 원상회복될 전망이다.

증권사 콜차입 한도 다시 낮춘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을 개정해 이달 증권사에 허용되는 콜차입 한도를 자기자본의 30%에서 25%로 5%포인트 낮췄다.

콜차입은 증권사가 금융회사 간 초단기(1~2일 단위) 자금시장인 콜시장에서 담보나 보증 없이 오직 신용만으로 자금을 끌어오는 것을 지칭한다. 과거 자기자본의 100%까지 가능했던 증권사 콜차입은 콜머니를 신용융자 등에 변칙적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에 따라 2015년부터 전면 금지됐다. 다만 국고채 전문딜러나 한국은행의 공개시장 조작대상으로 지정된 일부 대형사에 한해 자기자본의 15% 범위 내에서 콜차입이 허용됐다. 작년 말 기준 증권업계가 차입한 콜머니 잔액은 3조7552억원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24일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들 증권사의 콜차입 한도를 한시적으로 30%까지 늘려주는 콜시장 규제완화 방안을 내놓았다.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유로스톡스50 등 해외지수가 급락하자 ELS 자체 헤지 비중이 높은 대형사를 중심으로 하루 수조원대 마진콜이 발생했다. 일시적으로 단기자금이 부족해진 증권업계가 유동성 지원을 요청하자 긴급처방 성격으로 콜차입 한도 확대가 이뤄진 것이다.

콜차입 한도 확대는 증권사들이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됐다.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작년 말 1조3900억원이었던 콜머니 잔액이 콜차입 한도 확대 직후인 지난 3월 말 2조5800억원까지 늘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단기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들면서 증권사의 주된 자금조달 수단이었던 기업어음(CP) 금리가 한때 연 2.3%(91일물 기준)까지 급등한 상황에서 콜머니 차입 확대로 어느 정도 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이달부터 증권사 콜차입 한도를 다시 줄이기로 한 건 단기자금시장이 안정화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조원 규모 채권시장안정펀드가 본격 가동된 데 이어 한국은행이 사상 최초로 증권사에 대한 직접대출을 시작하면서 투자 심리가 회복됐다. 살얼음판을 걷던 단기자금시장이 점차 안정을 찾아감에 따라 91일물 CP 금리는 연 2% 선까지 낮아졌다. 증권사의 자금조달 수요도 줄어들면서 증권업계가 지난달 찍은 CP는 1조5560억원으로 3월(5조4600억원) 대비 약 71% 감소했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등은 선제적으로 지난달 콜차입 규모를 크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단기자금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콜차입 한도를 단계적으로 원래 수준인 15%까지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