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형제들’이 1분기 어닝시즌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계열사가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훌쩍 넘어선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분기에는 실적 부진이 예상되지만 전문가들은 우려보다는 하반기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위기에 빛난 LG그룹주…"하반기 성장도 기대"
5대 그룹 중 도드라진 성적표

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한 LG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 LG디스플레이를 제외한 6개 계열사가 컨센서스를 웃도는 1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LG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보다 28.7% 많은 1조904억원으로 집계됐다. 2년 만에 ‘1조 클럽’(분기 영업이익 1조원 이상) 복귀다. ‘맏형’ LG전자 외에도 계열사 대부분이 깜짝 실적을 내놨다. 디스플레이, 화학이 다소 주춤한 사이 ‘서열 2위’ 자리를 꿰찬 LG생활건강은 1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3337억원)을 냈다. 시장 추정치를 43.6%나 웃돌았다. LG화학(48.7%) LG이노텍(74.2%) LG상사(25.1%) LG하우시스(54.2%) 등도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을 크게 넘어선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5대 그룹 성적표와 비교하면 더욱 도드라진다. 삼성은 호실적을 낸 삼성전자삼성SDI(35.6%)를 제외한 상당수 계열사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쳤다. 삼성물산(-12.9%) 삼성SDS(-7.6%) 삼성카드(-0.9%) 등은 컨센서스를 밑도는 영업이익을 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모비스(-16.56%) 현대건설(-16.53%),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케미칼(-81.7%) 롯데칠성(-50.1%) 롯데쇼핑(-49.0%)도 예상치보다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프리미엄化·유가·환율 효과 톡톡

LG전자 1분기 영업이익률은 7.4%였다.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장사를 잘했다는 얘기다. 특히 생활가전(H&A사업본부) 실적이 미국의 월풀을 넘어서며 세계 최고 가전업체로 다시 한번 올라섰다. LG전자의 가전부문 영업이익률은 13.9%로 월풀(6%)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가전업계에서는 올해 연매출에서도 LG전자가 월풀을 처음으로 앞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애플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은 환율 효과까지 보태며 활짝 웃었다. 애플이 코로나19 사태 속 공급 차질을 우려해 재고 축적에 나선 것이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됐다.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위기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한 LG생활건강 역시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화장품 부진을 생활용품부문이 만회했다.

전영현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생활용품과 음료부문 판매가 늘고 수익성도 개선됐다”며 “화장품은 우려보다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해 수익성 훼손을 방어했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원료와 최종제품의 가격 차이) 개선으로 LG화학도 깜짝 실적을 냈다. LG상사는 물류부문에서 예상 밖 호실적을 내면서 선방했다. LG하우시스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은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어난 데다 유가 하락으로 폴리염화비닐( PVC) 등에서 원가경쟁력을 확보한 덕분에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89.9%나 증가했다.

“2분기 부진보다 하반기 주목”

주가도 유의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 기간 외국인들이 LG전자를 순매수했다. 나흘 연속 외국인들이 LG전자를 사들인 것은 1월 20일 이후 처음이다. LG생활건강도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27.2% 뛰었다. LG화학과 LG이노텍도 같은 기간 각각 23.3%, 21.2% 상승했다. 2개월여 만에 5만원대 주가를 회복한 LG하우시스는 지난달 초에 비해 41.6% 급등했다.

LG 계열사들의 2분기 전망은 좋지 않다. LG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유럽 등 주요 소비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데다 세계 곳곳의 공장이 가동과 생산 중단을 반복하고 있는 만큼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LG생활건강은 15년째 지속되고 있는 분기 영업이익 증가세(전년 동기 대비)가 2분기에 꺾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전문가들은 2분기 실적 우려보다 하반기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2분기 실적 악화 전망은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했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LG이노텍의 2분기 부진보다는 하반기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다”고 언급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