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산운용사 프로셰어즈는 ‘CLIX’라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고 있다. 운용 방식이 좀 독특하다. 아마존, 알리바바 등 전자상거래 기업은 매수하고 월마트 등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매도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그 덕에 최근 폭락장에서 뛰어난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28.07%에 달한다. 같은 기간 벤치마크지수인 톰슨 로이터스 글로벌 소매 비즈니스 지수는 1.56%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미국에서는 다양한 ETF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재택근무, 온라인 거래, 4차 산업혁명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주도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테마에 투자하는 새로운 ETF도 나오고 있다.
지각변동 美 ETF시장 보면…'포스트 코로나' 주인공 보인다
코로나19의 승자는 ‘인터넷’

CLIX는 코로나19로 수혜를 가장 많이 본 전자상거래 기업에 투자해 좋은 수익을 얻은 ETF란 평가를 받고 있다. 전체 운용자산의 22.4%를 아마존에, 10.1%는 알리바바그룹에 투자하고 있다. 대신 미국의 대표적 슈퍼체인 크로거 등의 주식은 공매도하는 방식을 취했다. 문종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국(35.3%) 한국(22.2%)에 비해 미국은 전자상거래 비중이 11% 수준이라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자 애완동물 관련 종목을 편입하는 프로셰어즈의 ETF ‘PAWZ’도 좋은 실적을 냈다. 애완동물용품 기업들의 온라인 매출이 증가한 덕이다. 1개월 수익률은 벤치마크(10.75%)보다 높은 18.72%였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재택근무가 지속되면서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관련 종목의 1분기 실적 전망이 좋다”며 “이들을 편입한 IGV(소프트웨어), WCLD·CLOU(클라우드컴퓨팅) 등의 ETF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ESPO, GAMR 등 e스포츠와 5세대 이동통신(FIVG), 금광(GDX)도 눈여겨볼 만한 ETF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4월 들어서는 마리화나, 술, 담배 등 죄악주에 투자하는 ETF도 성과를 내고 있다. 죄악주는 전통적으로 경기 불황일 때 소비가 늘면서 실적이 좋아지는 특징이 있다. 미국 일부 주에서 합법화된 마리화나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최초의 마리화나 ETF인 MJ는 4월 한 달간 14.31%의 수익을 냈다. 이 밖에 보스턴비어컴퍼니, 브라운포먼 등 주류 업체에 투자하는 ACT도 한 달 수익률 19.95%를 기록했다.

“먹거리 찾아라”…신상품 잇단 출시

‘포스트 코로나’를 겨냥한 신규 ETF도 등장했다. 3월 31일 5세대 인프라 및 장비 제공 기업에 투자하는 WUGI가 세계 최대 ETF 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 아카에 상장됐다. 지난달 미국 자산운용사 디렉시온은 줌(화상회의), 포티넷(사이버 보안), 박스(문서관리) 등 재택근무 관련 기업들을 편입한 ETF인 ‘WFH’ 출시를 신청했다. WFH는 ‘Work From Home(집에서 일하다)’의 약자다. 미국의 페이서 파이낸셜도 ‘VIRS’라는 ETF를 내놓기로 했다. 바이오 위협 지수를 따라가며 전염병이나 기타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을 보유한 미국 상장기업에 투자한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바이오테크놀로지와 인터넷은 인구 구조 변화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구조적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라며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미국 증시의 주축이 될 전망”이라고 했다.

고배당 ETF는 ‘울상’

올초까지만 해도 경기 회복 기대감에 관심을 끌었던 배당주 ETF는 부진하다. 전통적 고배당주인 금융, 소비재, 에너지 종목이 코로나19와 유가 급락이라는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블랙록자산운용의 ‘HDV’는 3개월 동안 운용자산이 3억8000만달러(6.5%) 감소했다. 높아진 배당수익률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3개월 수익률은 -16.73%를 기록했다. 수익률이 높은 30개 리츠에 투자하는 글로벌X의 SRET는 업황 부진으로 3개월 동안 57.32%의 손실을 냈다. 김영일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장은 “코로나19 이후 생활 필수 소비재 종목의 반등은 빠르겠지만 부동산을 비롯해 여행, 항공 등은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