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자산관리(WM) 시장이 붕괴 직전까지 몰린 건 수수료 탐욕에 빠진 은행·증권회사뿐 아니라 정부 책임도 크다. 사모 대체투자 펀드의 무더기 부실은 현실적인 상황과 부작용은 감안하지 않고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급하게 밀어붙인 금융위원회의 정책 실패라는 지적이다.

오락가락 사모펀드 정책에 금융사도 '울상'
금융 전문가들은 “부실 사모펀드가 도미노처럼 터지고 있는 건 ‘모험자본 육성’을 기치로 내건 당국이 섣부른 규제 완화로 판을 깔아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2011년 공모펀드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한국형 헤지펀드를 처음 허용했다. 2015년에는 헤지펀드 설립 요건 등 사모펀드 관련 진입 규제와 통제장치를 대거 풀어줬다. 이후 한국형 헤지펀드는 시중 자금을 흡수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2015년 200조원 수준이던 헤지펀드 규모는 지난해 416조원까지 불어났다. 같은 기간 전문사모운용사는 93곳에서 292곳으로, 임직원 수는 5259명에서 9079명으로 늘었다.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사들도 헤지펀드의 잠재력에 눈을 돌렸다. 펀드 판매 수수료를 벌면서 비이자이익을 올릴 기회라고 판단했다. 2018년부터는 사모펀드가 너무 커져서 공모펀드가 오히려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투자자 수를 100명까지 확대하고 전문투자자 요건을 낮추는 등 추가 완화책을 계속 내놨다. 이례적으로 세제 혜택을 주는 코스닥 벤처펀드를 허용하면서 판을 키워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라임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터지자 당국은 태도를 180도 바꿨다. 작년 11월부터 은행에서 파생상품 등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를 아예 금지했다. 올 들어선 사모펀드에 공모 수준의 강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사후약방문 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직격탄을 맞은 사모운용업계는 순식간에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코스닥 벤처펀드마저 환매가 잇따르면서 유동성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신규 상품을 들고 은행을 찾아가도 당국 눈치에 출시가 어렵다는 말만 듣고 오기 일쑤”라고 전했다.

과거 정부의 관치금융도 은행을 사모펀드 시장으로 몰아넣었다. 한 시중은행 자산관리 담당 임원은 “정부는 줄곧 다양한 방식으로 은행이 이자이익을 줄이도록 유도했다”며 “사모펀드 판매 등 비이자이익을 좇게 된 것은 일부는 정책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