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이미 침체 진입했을 수도…시나리오별 대응책 짜야"
금통위 4월 금리 동결했지만…위원들 "충격확대 대비해야"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한 지난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수 위원은 0.50%포인트 금리 인하 등 지난달 이뤄진 일련의 통화완화 조치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으로 경제 충격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28일 공개된 의사록을 보면 금리 동결 의견을 낸 한 금통위원은 "미국발 금융 충격의 여파와 국내 소비 위축에서 비롯된 금융시장의 불안이 정부와 통화당국의 일련의 정책들에 힘입어 어느 정도 안정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금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정부의 여러 정책조합과 함께 최근의 0.50%포인트 금리 인하의 효과를 주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세계교역이 악화하며 우리 기업들의 매출이 하락하는 실물경제 발(發) 충격이 가파르게 확대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금통위원도 그간 내놓은 정책의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금리 동결 의견을 냈다.

다만 그는 "미국 등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이동제한과 영업 중지와 같은 강력한 억제 조치가 시행되면서 실물경제의 충격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며 "이들 주요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세계 경제는 이미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 위원은 "시나리오별로 대응책을 마련해 통화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한편 재정정책과 금융정책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야기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요인에 대한 포괄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동결 의견을 낸 또 다른 위원은 "지금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중요하다고 보지만, 현재로서는 그동안 우리가 취한 조치들의 효과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유동성 공급 대책과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의 검토 및 준비를 주문했다.

앞서 한은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충격에 대응하고자 지난달 16일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연 0.75%로 0.50%포인트 낮췄다.

또 환매조건부채권(RP)를 무제한 매입해 시중의 유동성 고갈을 막는 '한국판 양적완화'를 실시하는 등 유동성 공급 대책도 잇따라 내놨다.

다음번 통화정책 결정 회의는 내달 28일 열린다.

임기 만료에 따른 금통위원 교체에 따라 조윤제·서영경·주상영 위원이 통화정책 결정에 새로 참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