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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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등은 대표적인 패시브 상품이다. 지수만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적은 수수료로 장기적인 투자를 할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말이다.
이 상품이 한국에서는 최근 단타족들의 투기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개인들의 투자가 레버리지·인버스 등 고위험 상품에 집중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원유 등에 투자하는 파생형 상품에도 초보 투자자들까지 뛰어들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서 비트코인, 부동산 투자 열풍 등에서 보였던 한국인들의 투기 성향이 주식 시장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TF 거래 80%는 레버리지·인버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레버리지'는 지난 22일 하루 동안 1억2236만주(거래대금 1조1623억원) 거래됐다. 'KODEX 200' 거래량보다 여섯 배 많다. 두 상품은 모두 코스피200 지수에 따라 움직이지만 위험성이 높은 '레버리지'에 투자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KODEX 레버리지는 코스피200 지수 오름폭의 두 배 수익을 낸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도 레버리지 상품이 단연 인기다. 코스피200선물지수 하락률의 두 배 수익을 내는 'KODEX 200선물 인버스2X'의 22일 거래량은 2억3454만주(1조6972억원)로, 일반 상품인 'KODEX 인버스'의 5배에 달했다. 상장지수증권(ETN) 거래량 상위 5위 종목도 모두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심지어 유가가 폭락하자 원유에 기초한 파생형 상품도 레버리지 투자에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증시가 폭락 후 반등을 보인 지난달 ETF 하루 평균 거래액(6조8572억원)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중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 거래 비중이 81.4%(5조5806억원)를 차지했다. 이 거래의 40% 정도는 개인투자자가 한 거래다.

◆韓은 단타, 美는 장기투자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원금 손실 위험이 큰 데다 상품이 복잡해 대부분 고위험등급으로 분류된다. 레버리지 상품은 '음의 복리효과' 때문에 기초자산 가격이 횡보해도 수익률이 떨어지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선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 비중이 유독 높다. 투자 초보들까지 투자보다는 투기에 가까운 거래 형태를 보이며 뛰어들고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 ETF는 장기 투자 상품에 속한다. 신영증권이 지난 1월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에선 전체 ETF 거래량 중 레버리지·인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13%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은 70~80%에 육박한다. 레버리지·인버스 상장 종목 수를 봐도 한국(18.9%)이 미국(8.7%)보다 많다.

ETF 보유 기간을 살펴보면 차이는 분명히 드러나다. 미국 투자자들의 전체 ETF 평균 보유기간은 278일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ETF 보유기간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 달을 넘지 않고, 길어야 3개월 이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에선 180일 이상 장기 투자하는 ETF 상품 비중도 전체 종목의 60%를 차지한다.

미국은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도 어려우며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김수정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주요 운용사에 레버리지 및 인버스 상품 출시를 자제해달라고 요구했다”며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3대 운용사는 이미 레버리지 상품을 거의 운용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 3사는 레버리지·인버스 ETF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에 상장된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은 대부분 헤지(위험 회피) 등 목적을 가진 특정 수요층을 대상으로 디렉시온과 프로셰어즈 두 회사가 엄격한 규제 하에 판매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