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이 최근 부동산 금융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 강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부동산시장이 위축됐지만 KB증권은 우량 프로젝트를 줄줄이 확보했기 때문이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최근 현대건설·인창개발 컨소시엄의 서울 가양동 CJ제일제당 공장부지 개발과 관련한 1조2000억원 규모 부동산 PF에 참여해 4000억원을 대출해주기로 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최근 CJ제일제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물로 내놓은 해당 부지를 약 1조원에 사들여 오피스·문화·쇼핑 단지로 탈바꿈하는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상 사업비 규모는 3조3000억원 수준이다.

KB증권은 이 외에도 태영건설(1200억원) GS건설(870억원) 현대엔지니어링(490억원) 대우건설(350억원) 등 주요 건설사들의 부동산 PF에 연이어 참여해 투자금을 제공했다. 모두 선순위 대출이다. 최근 부동산 PF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금리가 크게 뛰면서 이 증권사가 부동산 PF 대출을 위해 부담한 자금 조달비용은 증가했다. 그럼에도 이들 건설사의 대출 금리도 함께 상승하면서 1.0%포인트 수준의 이자 마진을 얻고 있다.

최근 부동산 금융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은 점을 고려하면 KB증권의 행보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해 말 새 건전성 관리방안을 도입해 증권사들에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를 내년 7월까지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증권사 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 산정에 적용되는 부동산 PF 대출의 위험 가중치(신용위험액)를 12%에서 18%로 높였다. 각종 규제 강화로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그동안 부동산 금융사업 규모를 키운 증권사들이 이전만큼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KB증권이 적극적으로 부동산 금융사업에 나서는 것은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지키면서도 실적을 쌓을 만한 여력이 충분해서다. 이 증권사의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는 약 1조8600억원으로 자기자본(4조6203억원)의 40% 수준이다. 2016년 말 현대증권과 합병한 이후 선순위 중심으로 부동산 관련 자산을 인수해 적극적으로 재판매(셀다운)한 영향이 컸다. IB업계 관계자는 “주요 증권사들이 이전만큼 부동산 PF에 힘을 싣지 못하는 상황에서 KB증권의 여유 있는 투자 한도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