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데도 주식시장 반등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나타났던 반등장처럼 특정 종목을 중심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종목이 함께 오르는 것도 특징이다. 그 배경에는 시장 지수의 수익률을 그대로 좇아가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저점에서의 반등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하다. 올해 S&P500지수는 지난달 23일 저점에서 이달 17일까지 약 27% 올랐다. 금융위기 당시에도 2009년 3월 5일 기록한 저점에서 4월 17일까지 약 27% 상승했다. 당시에는 주가지수를 끌어올린 종목이 분명했다. 금융과 부동산이었다. 전반적으로 종목 대부분이 반등하고 있는 현재 증시 분위기와는 달랐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특정 분야의 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 11개 분야가 모두 비슷하게 올랐다”며 “실적과 무관하게 모든 분야가 오르는 현상은 ETF가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올해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ETF 중 규모가 가장 큰 5개 ETF의 누적 자금 유출입은 2010년 대비 4배 늘어난 4000억달러(약 494조원)에 달한다. 특정 종목 집중 현상이 일어나는 대신 모든 종목 주가가 골고루 오른 배경이다.

한국에서도 주가가 급락한 후 KODEX200 등에 투자가 몰렸다. 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주가 상승을 이끈 힘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푼 돈이 아니라 ETF로 개인들의 돈이 몰린 데서 나왔다”며 “반대로 지난주부터 미국 ETF로의 자금 유입이 정체되는 현상은 주가 반등 동력이 약해졌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