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식시장이 대폭락한 이후 회복되는 과정에서 코스닥시장이 유가증권시장보다 더 양호한 성과를 보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외국인 투자 비중이 작아 외국인 매도세에도 지수 방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은 ‘포스트코로나’를 이끌 제약·바이오, 비대면(언택트) 관련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투자자에게 매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중소형주 강세가 추세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반등장서 대형주 압도한 중소형주…바이오·언택트 효과로 계속 간다?
폭락장 이후 중소형주 주가 회복력 높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지난달 19일 연중 저점을 찍은 이후 이달 17일까지 코스피지수가 31.34% 오르는 동안 코스닥지수는 48.19% 뛰었다. 코스닥의 회복력이 더 좋았다. 유가증권시장 종목을 시가총액 규모별로 비교해도 대형주(29.11%)보다 중형주(43.67%)와 소형주(46.35%)의 주가 상승률이 더 높았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주식시장은 조정 이후에 낙폭과대주 주가가 가장 먼저 회복된다”며 “주가가 많이 떨어졌던 중소형주 중 성장성 있는 코스닥 중소형주 중심으로 반등장에서 오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스닥시장은 유가증권시장 대비 외국인 투자 비중이 작은 것이 이번 반등장에선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월 5일부터 4월 16일까지 30거래일간 순매도를 이어가는 와중에도 코스닥시장에서는 12거래일 순매수했다. 특히 3월 12일부터 17일까지는 4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코로나19 수혜주 비중 높은 코스닥

코스닥시장에서 코로나19로 주목받기 시작한 제약·바이오 업종과 언택트 관련주 비중이 크다는 것도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닥시장은 정보기술(IT)·전기전자(34%)와 바이오(30%) 업종이 시가총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 에이치엘비, 코미팜, 바디텍메드 등 제약·바이오 업종을 집중 매수했다. 펄어비스, 컴투스(게임), 스튜디오드래곤(미디어), 케이엠더블유(통신장비) 등도 사들였다.

미국도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선전했다. 지난 17일 기준 나스닥지수는 급락장 직전(3월 4일)의 96% 수준을 회복했지만 다우지수는 90% 회복에 머무르고 있다. 나스닥에는 기술주와 제약·바이오주가 포진해 나스닥의 성과가 더 좋았다는 평가다. 코로나19로 주도주가 바뀌며 보잉(항공), 엑슨모빌(석유) 등 전통산업과 아마존, 넷플릭스 등 신산업의 주가 흐름이 반대로 나타났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주가 반등기에 투자자들은 기업 펀더멘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며 “실적 우려가 상대적으로 작은 나스닥 기업에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해석했다.

중소형주가 증시 계속 이끌까?

최근의 중·소형주 강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주 위주의 매매를 하는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진다면 코스닥은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수급 부담이 작다”며 “올해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성 있는 중소형 종목은 오히려 주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17일 외국인이 31거래일 만에 유가증권시장에서 3229억원을 순매수했고,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회복하는 등 시장이 정상 궤도에 올라오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다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지수를 견인하는 대형주의 성과가 돋보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가 1800선에서 횡보하는 ‘박스피’가 이어진다면 중소형주에 메리트가 있다”면서도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아 박스피보다는 변동폭이 큰 증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에도 성장할 수 있는 기업에 시장은 프리미엄을 부여한다”며 “무차별적인 낙폭 과대주 투자보다 실적 모멘텀이 있는 기업 발굴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