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역대 최고 가산금리(스프레드)를 제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투자를 주저하는 기관투자가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오는 20일 예정된 2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사전청약)에서 투자자들에게 제시할 희망금리 최고치를 ‘민평금리+0.60%포인트’로 결정했다. 2012년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 회사가 내건 가산금리 중 최고치다. 가장 최근 발행한 작년 8월 가산금리는 0.15%포인트였다. 민평금리는 국내 4대 채권평가사가 제시한 값을 평균한 것으로 해당 회사채의 ‘적정금리’로 통한다. 롯데쇼핑은 현재 연 1.70%다. 여기에 0.60%포인트를 가산한다는 것은 이자를 3분의 1가량 더 얹어 연 2.30%까지 줄 의향이 있으니 청약에 참여해 달라는 뜻이다.

롯데쇼핑은 증권신고서에서 “코로나19 공포로 소비자들의 비대면 유통채널 이용이 늘고 있다”며 “상반기 오프라인 실적 급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쇼핑의 신용등급(AA)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번 회사채는 오는 6월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을 갚기 위해 발행된다.

AA급 우량 기업들의 역대 최고 가산금리 제시는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이달 들어 본격화하고 있다. 24일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인 호텔신라(AA)와 SK에너지(AA+)도 ‘개별민평금리+0.60%포인트’를 희망공모금리로 제시했다. AA급 이상 기업 기준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