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증시 폭락의 여파로 지난 1분기 국내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액이 전분기 대비 4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선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반등하자 증권사들은 10%대의 높은 액면 약정 이자(쿠폰)를 주는 ELS를 속속 발행하고 있다.

세계증시 반등에…ELS 다시 주목
주가 폭락에 발행금액 뚝

17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를 포함한 ELS 발행금액은 직전 분기 대비 38.8% 감소한 20조9635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의 글로벌 대유행이 본격화한 3월에 특히 감소폭이 컸다. 3월 ELS 발행액은 4조8090억원으로 1월(8조2152억원)에 비해 41.5% 줄었다. 3월 발행액은 2018년 11월(4조8939억원) 이후 1년4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코로나19로 증시 변동성이 심해지자 발행금액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는 대부분 외국계 증권사에서 관련 상품을 사서 국내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백투백 헤지 구조’를 선택한다”며 “기초자산 폭락으로 외국계 증권사가 신상품 발행을 줄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ELS의 기초자산으로 많이 쓰이는 유로스톡스50지수(-26.29%), S&P500지수(-18.44%), 홍콩H지수(-16.92%), 닛케이225지수(-21.71%)는 3월 초부터 19일까지 20%가량 급락했다. 글로벌 증시가 하루에만 4~5%의 변동성을 보이자 외국계 증권사는 ELS 가격 산정을 중단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증시 급락으로 손실 위험이 높아져 투자자의 롤오버(ELS 만기 시점에서 다른 ELS에 재투자하는 것) 금액도 줄었다. 김경호 미래에셋대우 리테일파생팀장은 “보통 ELS가 조기상환되면 투자자들은 다른 ELS에 재투자하는데, 주가지수 급락으로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시키는 ELS가 별로 없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高쿠폰 ELS 발행 잇따라

최근 들어선 ELS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시장 참가자 사이에 ‘글로벌 증시가 저점을 지났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3월 폭락장에서는 지수가 손실위험 구간에 근접해 투자자들이 원금 비보장형 상품인 ELS 투자를 줄였지만 시장이 빠르게 반등하며 투자심리도 회복되고 있다.

이달 들어 증권사들이 고(高)쿠폰 ELS를 발행하자 투자자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9일까지 모집한 연 9.5% 쿠폰 ELS(19423회)에는 300억원 공모에 1988억원이 모였다. 손실위험 구간이 45%로 상대적으로 낮아 투자자가 몰렸다는 평가다. 미래에셋대우(ELS 26987회·11%)와 삼성증권(ELS 24217회·11.12%)도 예상수익률이 11%가 넘는 상품을 내놨다. 지난해 말만 해도 ELS의 평균 쿠폰 수익률은 3~4%에 불과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ELS는 옵션을 매도하는 구조라 변동성이 커지면 쿠폰 수익률이 높아진다”며 “지수가 여전히 작년 수준까지는 올라오지 못해 지금 발행된 ELS는 손실 위험이 극히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