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이라 연기금이 주가지수 올리려고 엄청 사네요.”(네이버 아이디 mash****), “총선 뒤에는 연기금 매수가 그치면서 주가가 폭락하겠죠?”(네이버 아이디 par0****)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는 ‘연기금 음모론’이 심심찮게 제기됐다. 연기금이 여당과 정부의 눈치를 보며 선거 전에 주가를 끌어올리려고 순매수에 나섰다는 의혹이다. 선거 직전 주가 상승은 여당에 도움이 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총선 전 '연기금 대량 순매수' 놓고 시끌
연기금이 평소보다 많이 산 것은 사실이다. 연기금은 지난달 13일 하루에 유가증권시장에서 5729억원어치를 쓸어담았다. 2007년 12월 13일(5964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순매수였다. 이후 한 달 동안 하루평균 1302억원(전체 2조292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올해 하루평균 순매수 금액 573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과거 총선 직전에 연기금이 이렇게 많이 사들인 적은 없었다. 2016년 20대 총선 직전 한 달 동안 하루평균 12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그해 연간 하루평균 순매수 금액(145억원)보다 적었다. 2004년 17대,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투표일 전 한 달간 11억원, 11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때도 선거 직전 순매수 금액이 적었다. 2012년 19대 때는 선거 직전에 13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대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 선거 전 한 달 동안 연기금은 하루평균 6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그해 연기금의 하루평균 순매수 금액(126억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2002년 16대(대선 전 76억원·연간 34억원), 2007년 17대(378억원·155억원), 2012년 18대(320억원·164억원) 당시 선거 직전에 더 많이 샀지만 규모가 크지 않았다.

올해 연기금이 과거와 달리 선거 전 주식을 대거 매수한 건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 해석이다. 코로나19 세계 확산으로 전례 없이 코스피지수가 단기 급락하자 증시 안전판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투자 결정은 장기 수익 제고를 위해 시장 상황을 감안해 정해진 지침과 절차에 따라 진행한다”며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선거 때 더 많이 사들인다는 건 오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