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기업공개(IPO) 시장의 문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잇따라 두드리고 있다. 작년 9월 도입된 ‘소·부·장’ 패스트트랙 제도로 상장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특례 제도를 활용해 정면 돌파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IPO 시장 문 두드리는 '소부장' 기업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팩토리 장비업체 엠투아이코퍼레이션이 최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1999년 설립된 엠투아이코퍼레이션은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할 때 사용되는 산업용 디스플레이 ‘휴먼머신인터페이스(HMI)’를 제조하는 업체다. 지난해 전년 대비 10.5% 증가한 24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6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7%에 이른다. 미래에셋대우가 주관사를 맡았다.

2차전지 전해액 생산 업체인 엔캠도 다음달 중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2012년 설립된 이 회사는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전해액뿐만 아니라 고기능성 전해액 첨가제를 개발, 생산한다. LG화학에 전해액을 공급하고 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수출에서 나온다. 폴란드, 중국, 미국 등 해외 공장 증설도 추진하고 있다. 주관사인 대신증권이 지난해부터 상장을 준비해왔다.

배관 부품 전문회사 아스플로는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와 올 상반기 상장을 추진한다. 2000년 5월 설립된 고청정 배관 부품 제조사로 반도체 제조용 가스운반 배관 부품을 최초로 국산화한 업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납품하고 있으며 연간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IPO 일정을 연기한 디스플레이용 장비 제조사 엘이티는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와 수요예측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이달 중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수요예측을 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탓에 일정을 조정했다. 올 상반기 안에 IPO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상장을 추진하는 소·부·장 기업들은 수익구조가 안정적이고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상장한 서남, 레몬, 서울바이오시스 등 소·부·장 업체들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특례 상장 기회를 엿보는 회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소·부·장 패스트트랙 제도는 소·부·장 전문 기업의 상장예비심사 기간을 기존 45영업일에서 30영업일로 단축해주고 기술 특례 규제를 완화해주는 제도다. 이전까지 기술특례제도를 통해 상장하려면 전문평가기관 두 곳으로부터 A, BBB 이상의 등급을 받아야 했지만 소부장 기업은 평가기관 한 곳으로부터 A등급을 받으면 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