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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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는 올 들어 삼성전자를 8조원어치 넘게 순매수했다. 올초 주당 6만2400원까지 올랐던 만큼 4만~5만원대에서 사면 손쉽게 수익을 낼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개미들’의 기대만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한화생명, SK이노베이션 등 종목은 60~80%씩 반등했다. ‘골이 깊은 만큼 산이 높다’는 말이 이번 반등장에서 되풀이된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낙폭 과대주의 반등이 마무리된 뒤에는 다시 삼성전자 등 실적 개선주에 매수세가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배신’을 말하기엔 이르다는 얘기다.
코스피 25% 오를 때 12.5% ↑…'국민주' 삼성전자의 배신?
삼성전자 지수보다 못한 반등

국내 증시 반등은 지난달 19일 코스피지수가 1457.64로 바닥을 찍은 뒤 시작됐다. 이후 코스피지수는 저점 대비 25.3% 올랐다. 하지만 모든 종목이 크게 반등하진 못했다.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많이 산 종목들이 특히 부진했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12.5% 반등하는 데 그쳤다. 개인들이 올 들어 1조원어치 순매수한 SK하이닉스도 18.0%로 기대에 못 미쳤다. 이 외에 한온시스템(-3.4%) 넷마블(4.7%) LG생활건강(9.1%) SK텔레콤(9.8%) 이마트(9.9%) 네이버(15.3%) 카카오(17.5%) 등도 반등이 시원치 않았다.

반면 한화생명은 지난달 19일 후 반등장에서 87.6% 올라 코스피100지수에 편입된 대형주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68.1%) SK(63.6%) 두산밥캣(62.0%) 한국가스공사(61.5%) 삼성엔지니어링(61.2%)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유는 낙폭 과대주 선호

전문가들은 ‘시장의 비관’이 줄면서 그동안 많이 떨어졌던 종목을 중심으로 강한 반등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부실채권까지 사들이겠다고 하는 등 세계 각국이 기업 연쇄 도산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낙폭 과대주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많이 오른 종목을 보면 대부분 그동안 최대 60% 이상 떨어진 종목들이다. 한화생명은 올 들어 지난달 19일까지 60.3%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61.8%) SK(-59.2%) 두산밥캣(-60.1%) 삼성엔지니어링(-63.2%) 등도 투자자 사이에서 ‘회사가 망하는 것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떨어졌다.

반면 한온시스템(-18.4%) 넷마블(-1.8%) LG생활건강(-13.0%) 오리온(-3.8%) 삼성전자(-23.0%) 네이버(-22.8%) 등은 상대적으로 낙폭이 크지 않아 반등폭도 작다는 설명이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이전 외국인이 많이 들고 있던 종목”이라며 “외국인이 반등장에서도 계속 팔아 오르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기투자자들에게 맞는 주식

낙폭 과대주가 올라 ‘키 맞추기’가 끝난 뒤에는 다시 재무가 튼튼하고 실적이 개선될 종목 중심의 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제 충격이 본격화되고 있어 코스피지수가 지금까지처럼 빠르게 오르긴 힘들다”며 “이제는 숲이 아니라 나무를 봐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길게 보고 투자할 종목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삼성전자는 첫손에 꼽힌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 분기 이익이 적자가 아니라면 지금 주가 수준은 과도하다”며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고 나면 반등폭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34조4612억원으로 작년보다 24.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147.5%) 삼성SDI(59.6%) 네이버(36.3%) 등도 올해 이익 증가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누그러지면서 코로나19 취약 업종의 반등이 강하게 나타났지만 아직 사태가 끝난 게 아닌 만큼 다시 충격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19 영향이 덜한 종목인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현금 흐름이 탄탄한 KT&G고려아연, 비대면 확대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네이버와 엔씨소프트 등이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