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부 활동이 크게 줄자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관련주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지난 9일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넷플릭스는 370.7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300달러를 밑돌던 지난해 말(12월 10일) 대비 26.47% 오르며 순항 중이다. 글로벌 OTT 대장주인 넷플릭스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방콕’(외출하지 않고 방에만 있는 상태)이 늘면서 주가가 오른 대표적인 종목으로 분류된다.

넷플릭스는 최근 이용량이 급증하면서 유럽 등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망 과부하가 우려돼 스트리밍 품질을 한 단계 낮추는 조치까지 취했다. 작년 말께만 해도 디즈니, 애플 등 OTT업계에 경쟁 서비스가 늘어나자 넷플릭스의 성장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갖춰진 콘텐츠와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 역량이 위기 국면에서 빛을 발하며 오히려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올해 도쿄올림픽이 연기된 것도 넷플릭스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왕국’ 디즈니는 테마파크에 타격을 받았지만 자체 OTT ‘디즈니 플러스’의 신규 가입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뒤 5개월 만에 가입자가 5000만 명을 돌파하며 시장 1위 넷플릭스를 추격하고 있다. 회사 측이 내놓은 ‘2024년까지 글로벌 가입자 6000만~9000만 명 확보’ 목표는 올해 안에 조기 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입자 증가 소식에 9일 주가는 3.39% 올랐다. 주요 도시의 테마파크가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지난달 주가가 폭락했지만 3월 23일 85.76달러 저점 이후 20% 이상 회복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성장 계기를 마련한 업종은 OTT만이 아니다. 앞서 미국 투자자문사 MKM파트너스는 코로나19 국면에서 눈여겨볼 ‘안방주 지수(stay at home index)’로 33개 종목을 추려 투자자에게 공개했다. 이 인덱스에는 넷플릭스 외에 액티비전블리자드(게임), 텐센트뮤직(음악 스트리밍), 징가(SNS게임), 매치(온라인데이트), 넥스타미디어(방송), 뉴욕타임스(신문) 등 TV와 인터넷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엔터·콘텐츠주가 다수 뽑혔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