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개미(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심야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원래 증권담보대출은 오후 4시30분, 매도담보대출은 오후 5시까지 가능했는데 이를 밤 11시까지로 연장했다. 최근 폭락장에 몰려든 개인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증권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심야 대출까지…증권사들 '개미 유치전'
삼성증권은 지난 10일부터 새롭게 개편된 대출 및 상환가능 시간을 적용하고 있다. 통상 업무시간까지만 허용했던 대출 및 상환가능 시간을 밤 11시까지 확대한 것이 골자다. 주식담보대출은 주식, 채권, 펀드 등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받는 것을 말한다. 대출 기간은 6개월, 이자율은 연 6.3~7.7% 수준이다. 추가 주식투자나 주식을 담보로 한 긴급 자금 마련을 위해 활용된다.

증권·매도담보대출과 상환가능 시간을 연장한 것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심야대출을 허용하고 있는 증권사가 삼성증권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투자증권은 밤 12시까지, 미래에셋대우증권은 밤 11시30분까지 대출을 허용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도 오후 9시30분까지 담보대출이 가능하다.

삼성증권 측은 “고객 편의를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사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을 도입해 개인투자자들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은 ‘삼성’이란 브랜드 때문에 고객 가운데 고액자산가가 많다. 심야대출은 일반 개인투자자들로 고객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삼성증권은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통합 자산관리 앱 신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금·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넘어온 개미들의 자금을 펀드, 채권 등으로 옮기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생계가 어려워진 개미들에게 ‘단비’ 같은 대출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장 마감 후 대출이 필요한 고객들은 추가 주식 투자보다는 급전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상환할 수 있는 수준의 대출이라면 주식담보대출이 신용대출보다 고객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개미들의 ‘빚투’(대출 자금으로 투자)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주식과 투자 종목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유행처럼 흘러들어온 개인투자자들에게 대출 시간을 연장해줄 경우 빚투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저점 매수’를 꿈꾸며 새로 시장에 진입한 개인투자자들에게 자제령을 내렸다.

이런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삼성증권은 대출 불가 종목을 무더기로 지정해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문턱을 높였다. 삼성증권은 유가증권시장 36개, 코스닥시장 102개 등 총 129개 종목을 대출 불가 종목에 새롭게 포함했다. 신규 대출이 허용된 종목은 44개뿐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 총 138개 종목에 대출을 허용한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삼성증권은 이에 대해 “시가총액이 줄고 주가 변동성이 일정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출 불가 기준에 대해서는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말을 아꼈다.

대출 불가 종목을 분석한 결과 ‘동전주’(주가가 1000원 미만인 주식)부터 시총 2조원이 넘는 한국항공우주(KAI)까지 고르게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최근 업황이 급격히 고꾸라진 자동차 부품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