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스터리 투자로 주목받았던 이른바 '50센트' 펀드가 지난달 글로벌 증시 혼란 속에서도 26억달러(약 3조1500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투자펀드인 러퍼는 주가 하락장에서도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 파생상품을 통해 8억달러의 수익을 냈다. 가격 하락 손실을 보호하는 다른 주식, 금, 신용 파생상품 등을 통해서도 18억달러를 벌었다.
미스터리 투자펀드 '50센트', 주가 폭락에도 3조 벌었다
러퍼가 투자한 VIX는 미국 대표 주가지수 중 하나인 S&P500지수가 앞으로 30일간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시장의 두려움을 나타내는 잣대이다. 일반적으로 10~20 사이에서 움직인다. VIX가 20을 넘어가려면 미국 증시가 급락하고 위험 회피 심리가 극대화돼야 한다.

러퍼는 일정 시기에 VIX가 20을 넘어가는 경우에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계약 단위 '50센트'짜리 VIX 콜옵션(매입권)을 지속적으로 체결했다. 홀로 50센트짜리 계약을 계속 맺어온 이 미스터리 투자펀드에 월스트리트 금융가는 미국 래퍼 이름인 ‘50센트’라는 별명을 붙였다.

러퍼의 예상은 적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폭락세를 이어가며 공포지수가 급격히 높아졌다. 미 중앙은행(Fed)이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한 다음 날인 지난달 16일에는 VIX가 82.69까지 치솟았다. 전날보다 43% 급등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 21일 80.74를 넘어서는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FT는 "러퍼 펀드의 VIX 트레이더인 앤서니 쿠퍼는 '베어스빌'(Bearsville·약세장을 뜻하는 '베어마켓'과 마을 뜻하는 '빌리지'를 묶은 것)이란 글자를 새긴 나무 간판을 만들어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헨리 맥시 사무실 문에 걸었다"고 전했다. 맥시 CIO는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대규모 부채가 쌓여 기업들의 경영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해 '약세'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