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들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소폭 반등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불안한 반등’이라고들 한다. 유동성 위기를 넘기며 낙폭을 일부 회복했지만, 1분기 실적 전망치가 불과 1개월 만에 53% 감소했기 때문이다. ‘어닝 쇼크’ 우려를 키우고 있다. 단기 실적만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증권업계의 성장축이었던 투자은행(IB)부문과 대체투자가 자칫 장기적인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쟁적으로 달려들었던 해외부동산 투자가 독이 될지 모른다는 경고다.

1분기 실적 한 달 만에 반토막…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증권업종지수는 전일 대비 1.56%(19.64포인트) 오른 1281.91에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저점을 찍은 지난 3월 19일 이후 30.41% 반등했다. 올해 고점인 1월 20일과 비교하면 26.06% 낮다. 코스피지수가 고점 대비 -19.01%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회복이 더디다.

毒이 된 해외투자…불안한 증권주
코로나19 확산 초기 증권업종은 서비스업 가운데 타격을 덜 받는 업종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3월 초부터 미국과 유럽에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며 글로벌 증시 급락과 함께 투자한 부동산의 가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해외 주가연계증권(ELS)의 기초지수 급락으로 인한 마진콜이 대거 발생했다. 증권사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6곳(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미래에셋대우)의 1분기 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총합은 4028억원이다. 한 달 전(8558억원)보다 추정치가 52.93% 감소했다.

특히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96.2% 감소한 64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강승건 연구원은 “ELS 헤지손실 및 증거금 조달 비용을 고려하면 한국투자증권 별도 기준으로는 96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의 1분기 실적 전망치 평균도 한 달 사이 각각 53.9%, 65.9% 감소했다.

해외투자 폭풍

증권주들은 자칫 글로벌 증시 반등 흐름을 함께 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증권가가 경쟁적으로 확대해온 해외 투자가 글로벌 실물경기 위축으로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단행한 공격적인 해외투자에 대한 강한 우려를 낳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대우는 ELS 등 파생결합증권의 잔액 규모가 크지 않아 단기적인 타격은 덜하겠지만 관광산업 투자 비중이 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에 더 많이 노출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호주, 베트남 등 세계 각국에 호텔 및 리조트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올해도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와 삼성증권도 규모는 미래에셋보다 덜하지만 부동산 투자로 인한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들의 주식투자 열풍 수혜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키움증권 등 일부 증권사를 제외하고는 리테일 영업전략을 브로커리지에서 상품판매 및 자산관리 중심으로 이동해 다른 부문 손실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