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스튜디오드래곤 지분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한 것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금 확보 측면에서 바람직한 결정”이라는 견해가 있지만 “시장가격 대비 할인율이 과도한 점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튜디오드래곤 '블록딜'…CJ ENM에 보약 될까
7일 하이투자증권은 이번 블록딜이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에 ‘윈윈’하는 결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보고서를 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블록딜은 CJ ENM 입장에서 특정 드라마 제작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른 스튜디오 투자도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드라마 제작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에서 관련 지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침체한 상황인 만큼 현금 확보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전날 CJ ENM은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8.0%(224만7710주)를 블록딜로 매도한다고 공시했다. 지분 인수자는 국내외 기관으로 추정된다. 매각 총 대금은 1661억원이다. 이로 인한 ‘오버행’(주식 물량 대량 출회 가능성) 우려로 이날 스튜디오드래곤은 코스닥시장에서 7.03%(5700원) 떨어진 7만5400원에 장을 마쳤다.

다만 할인율이 일반적인 블록딜보다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CJ ENM은 지난 6일 종가 기준으로 9% 할인율을 적용해 지분을 매각했다. 블록딜에 적용되는 할인율은 일반적으로 7~9% 선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매각 물량이 많다 보니 적당한 인수자를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준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스튜디오드래곤으로선 이번 블록딜로 지분을 매수한 주체가 전략적 투자자가 아니라 단순 차익을 노린 재무적 투자자인 점이 아쉬운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KT나 넷플릭스 같은 기업이 지분을 인수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인수한 측은 수일 내 대부분을 장내 매각해 차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