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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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부진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권사의 성장동력인 투자은행(IB) 부문이 받쳐주지 못해서다. 증시 급등락으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부문이 개선되겠지만, 전체 실적을 뒷받침하기에는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7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상장 증권사 5곳의 1분기 순이익은 지난 분기보다 20.2% 감소한 463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순이익 감소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사는 NH투자증권이다. 전 분기 대비 30.9% 줄어든 805억원으로 예상된다. 이어 미래에셋대우가 30.4% 감소로 뒤를 이었고 삼성증권(26.0%↓) 키움증권(15.4%↓) 등이었다. 한국금융지주는 1.8% 줄어드는 데 그칠 전망이다.

증권사들의 호실적을 이끌었던 IB부문의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아서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5개사의 1분기 IB부문 수수료는 2288억원으로 지난 분기보다 31.1% 감소할 전망이다. 코로나19가 국내외로 확산하면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지 못해서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까지의 실적은 타격이 없지만 3월부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자산 실사·계약 체결 등이 대부분 중단됐다"며 "자산가격에 대한 불확실성과 단기적으로 신용 경색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거래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레이딩 부문 역시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았다. 1분기 트레이딩 부문 수익은 335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93.1% 급감할 전망이다. 주요국 주식 시장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조기상환 감소, 헤지(위험회피) 비용 등이 늘어서다.

반면 위탁매매 부문은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위탁매매 부문 수익은 6151억원으로 지난 분기 대비 23.5%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증시가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이면서 거래대금이 증가, 수수료도 함께 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올 1분기(1~3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81억4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49억3200만원, 3분기(6~9월) 45억4900만원에 비해 배 가까이 뛰었다.

주식을 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누적) 주식거래활동계좌(잔고가 10만원 초과이면서 최근 6개월 매매 실적이 있는 계좌)는 3081만6000좌다. 올해 초 2935만6000좌였던 것에 비해 늘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2월 말 이후 주식거래활동계좌 수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은 증시가 급등락하는 시기 호조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며 "1분기는 일별 거래대금이 신기록을 경신하는 수준으로 급등,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큰 폭으로 개선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증권사들이 투자은행 부문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해왔기 때문에, 위탁매매 부문 호조에도 전체 실적에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코로나19에 증권사들 1분기 성적표 '먹구름'…활동 막힌 IB[이슈+]
이송렬/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