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안정펀드가 6일 가동을 시작했지만 일부 중견기업과 여신전문금융사의 유동성 위기는 여전하다. 금융당국의 각종 지원책에서 대부분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일부 중견기업·여신전문금융사 금융 지원책서 빠져…위기 여전
6일 SK증권에 따르면 이달부터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신용등급 BBB- 이상 AA- 미만 회사채(공모 방식 기준)는 총 7조6371억원어치에 달한다. 특히 BBB급 이상 A급 이하에는 중견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다. 신성통상, 풍산, 무림페이퍼, 대한제당, 한양, 세아베스틸, 삼화페인트, 폴라리스쉬핑 등이 대표적이다.

이날 가동을 시작한 채안펀드는 AA- 이상 우량 회사채를 매입한다. 또 다른 지원책인 6조7000억원 규모의 프라이머리채권 담보부증권(P-CBO)은 중소기업을 주로 지원하다 보니 중견기업이 받을 수 있는 규모가 크지 않다. 2조원가량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는 절대적인 규모 자체가 작다. 당장 풍산은 이달 말 1000억원어치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인쇄용지업체 무림페이퍼도 다음달 600억원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여신전문사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채안펀드가 회사채를 사들이기 시작했지만 여전사 회사채는 발행금리 등 세부적인 투자 지침이 결정되지 않아 매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설사 채안펀드가 매입을 해도 신용등급 제약 탓에 혜택을 보지 못하는 여전사가 많다. 여전사 회사채는 산업은행의 회사채 직접 매입과 회사채 신속인수 제도 적용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들은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입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갖고 있는 여전사 회사채를 서둘러 투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전사 회사채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는 급등하고 있다. 한 캐피털사 대표는 “지금은 벌어들이는 현금으로만 버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자금 조달 없이 시장 여건이 나아지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은정/김진성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