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성한 채권시장안정펀드가 회사채 매입을 시작했다. 채안펀드가 기업어음(CP)에 이어 회사채도 사들이면서 기업자금 조달 시장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회사채 매수세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채안펀드, 롯데푸드 회사채 300억 사들인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푸드가 7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이날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채안펀드 자금 300억원이 들어왔다. 매수주문 총액은 채안펀드를 포함해 1400억원에 달했다. 롯데푸드는 투자수요가 넉넉하게 모였다고 보고 채권 발행규모를 1000억원으로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번 자금으로 오는 12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1000억원어치를 갚을 예정이다.

채안펀드가 회사채 매입에 나서면서 한동안 자금 조달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던 기업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화솔루션은 2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최근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신용등급(AA-) 평가를 받았다. 예정된 수요예측일은 13일이다. 롯데칠성도 1500억~2000억원 규모 채권 발행을 위해 비슷한 시기에 수요예측을 진행하기로 했다. 기아자동차, GS, 포스코에너지 등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한 10여 개 기업도 그 뒤를 이어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은 일단 재개됐지만 치솟은 기업 신용위험이 진정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큰 폭의 실적악화로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이날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연 2.100%)와 국고채(연 1.052%)의 금리 격차는 1.048%포인트로 9년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채안펀드 운용사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매입에 나설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아 있다. 이날 채안펀드 운용사는 롯데푸드가 제시한 희망금리보다 0.2%포인트 높은 연 1.87% 수준으로 매수주문을 넣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