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합병 전년 대비 60%↑

코로나 사태 장기화 전망에
비핵심 부문 정리해 현금 확보
상장사들이 비슷한 업종의 기업을 합병하는 사례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한편에서는 핵심사업이 아니거나 부실한 계열사 또는 사업부를 매각하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환경이 악화하자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거나 중복사업을 정리하는 등의 방식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손대기 어려웠던 사업을 떼내고 본업으로 돌아가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는 기업도 눈에 띈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위기 길어진다"…기업 통폐합에 주가 '쑥쑥'

올 들어 대폭 늘어난 합병 공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 2월부터 이달 5일까지 2개월여 사이에 총 13건의 상장사(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합병이 결정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8건에 비해 63%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모두 상장사가 비상장사를 합친 사례였지만 올해는 4건이 동일 기업집단 내에서 기존 상장사끼리 합병을 택한 것이 눈에 띈다.

지난 1일 합병을 전격 발표한 인터파크홀딩스(2,310 -1.70%)인터파크를 비롯해 대림그룹 계열사인 삼호와 고려개발, 해성산업(12,150 -1.22%)한국제지, 삼광글라스(29,950 +2.22%)이테크건설(79,600 -0.38%)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터파크는 규제가 많이 따라붙는 지주사 체제를 포기하고 본업인 전자상거래에 적극 투자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 대림그룹은 건설 계열사인 삼호와 고려개발을 합병해 대림건설로 재탄생시켰다. 삼호는 시공능력평가 30위의 건설사로 주택분야에 강점이 있다. 고려개발은 시공능력평가 54위로 고속도로, 고속철도, 교량, 항만 등 토목사업이 주력 분야다. 대림 측은 “두 회사의 전문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디벨로퍼 사업 부문의 대형 건설사로 재도약할 계획”이라고 했다.

해성산업한국제지를 흡수합병한 것은 코스닥 기업이 유가증권 상장사를 가져가는 흔치 않은 사례다. 두 회사 모두 부동산 갑부로 유명한 단재완 회장이 이끄는 해성그룹 계열이다. 그룹 모회사격인 해성산업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SM엔터(34,400 +1.78%)테인먼트 계열 연예기획사 겸 여행사인 SM C&C(1,755 -1.96%)의 여행알선 업체 호텔트리스 합병, LG헬로비전(4,015 +0.25%)의 경남 케이블TV 업체인 하나방송 합병 등이 최근 2개월 새 이뤄졌다. 이들 합병 대부분은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하고, 산업의 판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을 사업구조 개편의 계기로 활용한 사례로 평가된다.

합병 발표로 주가는 크게 요동쳤다. 투자사업 부문이 삼광글라스에 흡수되는 이테크건설은 공시 후 141.66% 급등했다. 인터파크홀딩스(30.18%) 삼호(35.16%) 등도 강세였다. 반면 LG헬로비전(-27.99%) LG생활건강(1,432,000 +3.39%)(-14.15%) 고려개발(-13.69%) 등은 합병 발표가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비핵심·부실 사업 정리하는 기회로

구조 개편에 가장 활발히 나서고 있는 곳은 한솔그룹이다. 한솔은 주력 사업인 제지(한솔제지(13,900 0.00%)), 화학(한솔케미칼(172,000 +5.52%)), 휴대폰부품(한솔테크닉스(10,050 +3.08%)), 물류(한솔로지스틱스(2,150 -0.46%)) 등을 제외한 사업을 점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지난해엔 골프·스키 리조트인 오크밸리 경영권을 HDC현대산업개발(23,800 -1.04%)에 넘겼고, 올 3월엔 산업용 도료 회사인 한솔씨앤피(372 +0.81%)와 스마트카드 업체인 한솔시큐어(5,530 +1.28%)도 매각했다.

현대백화점(60,200 +1.01%)그룹은 최근 현대HCN의 방송(SO)·통신 사업 부문 매각을 공식화했다. 유료방송시장이 케이블TV에서 인터넷TV(IPTV) 중심으로 판이 바뀌고, 넷플릭스·유튜브 등 뉴 미디어로 확장되는 상황에서 점유율 4%대로 업계 6위 수준인 케이블TV 사업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황정환/김채연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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