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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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식품기업 주가가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기업 주가는 최근 5일(거래일 기준) 새 10% 넘게 올랐고 농심 등은 올 들어 최고가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글로벌 물동량과 수요가 감소해 대부분 업종이 하락했지만 식품주는 영향권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로 밖에는 못나가도 먹을 것은 소비해야 하는 만큼 경기방어주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분기에도 실적이 괜찮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사태에도 해외에서 선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가 반등한 식품주
'집콕 확찐자' 덕분에…방어주 된 식품주
3월 한 달간 다른 종목과 주요 식품기업 주가를 보면 잘 드러난다. 한 달간 코스피지수는 11.69% 하락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 주가는 대부분 10% 이상 빠졌다. 하지만 주요 식품주는 올랐다. 농심이 대표적이다. 농심은 31일 2.67% 상승한 28만8500원에 마감했다. 5거래일 연속 오르며 52주 신고가에 다가가고 있다. 3월 한 달간 상승률은 9%가 넘는다. 이 밖에 빙그레(27.85%), 삼양식품(12.56%), 오리온(18.19%), CJ제일제당(13.08%) 등도 최근 1주일간 10% 이상 뛰었다.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밀어 올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농심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 증가한 364억원으로 추정된다. CJ제일제당(31.7%), 삼양식품(26.8%), 오리온(2.3%) 등도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사재기에 기생충 효과…‘겹호재’ 농심

농심이 가장 빨리 전고점을 향해가고 있다.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1위(54.4%)인 농심은 코로나19의 수혜주가 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식 수요가 줄고, 라면을 사놓는 가정이 늘며 매출이 증가했다. 이는 국내와 해외 모두 마찬가지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라면과 스낵을 사재기하는 수요가 더해져 1분기 영업이익을 41% 상향 조정했다”며 “3월에는 공장 가동률을 더 높여 주문량을 따라잡은 상태”라고 했다.

앞서 농심은 기생충 효과도 누렸다.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미국에서 화제가 되며 지명도를 높였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심의 미국 라면시장 점유율은 2위로 1위(토요 수이산 카이샤)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며 “올해 말 미국 공장 증설이 끝나면 매출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CJ제일제당은 냉동식품 덕을 봤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월 외식업계 하루 평균 고객 수가 59%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CJ제일제당의 온라인 매출은 냉동식품 구매 수요가 몰리며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 오리온이 잡는다

코로나19가 진정되는 중국에서 빠르게 매출을 늘려갈 회사로는 오리온이 꼽혔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등 파이류를 중심으로 중국시장을 겨냥해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시장 연매출은 1000억원이 넘는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에 중국 공장 가동이 잠시 중단됐지만 공장 가동률이 90%까지 오르는 등 회복 속도가 빠르다”며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유통채널을 확보해 시장 지배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면 수출 비중이 54.4%에 달하는 삼양식품은 중국과 동남아시아가 새로운 성장 발판이 될 것이라는 분석으로 주가가 힘을 받고 있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예상과 달리 삼양식품의 1, 2월 대중국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증가했다”며 “태국과 베트남에서 현지 유통사와 계약을 체결해 수출액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