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이달 초 공매도를 금지한 이후 선물시장이 가격 기능을 상실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가격 왜곡이 장기화되면 리스크 헤지나 차익 거래 등 선물시장 본연의 기능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조속히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중순부터 코스피200 선물지수는 기초자산인 코스피200지수를 지난 20일 하루를 제외하고 10영업일 이상 밑돌았다. 이론적으로 선물 가격은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보상이 추가되기 때문에 현물보다 비싼 게 정상이다. 단기적으로 시장 수급에 따라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낮아지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 같은 특수한 상황을 ‘백워데이션’이라고 표현한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과거에도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산발적으로 저평가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10영업일 이상 백워데이션이 지속된 것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3년 4월 후 처음이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공매도 금지가 전격적으로 시행된 지난 16일 코스피200 현·선물 베이시스(선물가격-현물가격)는 전 거래일(13일 -0.1포인트)의 34배 규모인 -3.42포인트에 달했다. 연초부터 지난달까지 평균 -0.13포인트에 불과했던 코스피200 현·선물 베이시스는 이달 초부터 27일까지 평균 -0.75포인트까지 치솟았다.

김동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를 통해 헤지하던 투자자들이 선물시장으로 몰려들면서 매도 수요가 급증한 데다 호가 스프레드를 줄이도록 한 시장 조성자 의무도 완화돼 매수 호가도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물 가격이 저평가되면 일반적으로 선물을 사고 상대적으로 비싸진 현물을 파는 차익 거래가 일어나야 하지만 현물시장에서 공매도가 금지돼 두 시장 간 가격 차를 좁힐 방법이 없다는 점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선물 가격 괴리가 심해지면 관련 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추적 오차가 커지고 리스크 헤지나 차익 거래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격 조성자에 대해 실질적으로 공매도를 허용하는 등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