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면서 유가에 연동되는 상장지수펀드(ETF) 및 상장지수증권(ETN)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유가 반등에 베팅했는데…원유 ETF 등 투자자 '패닉'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1.09달러(4.8%) 내린 21.5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9.92달러까지 급락했다. 이후 30일 거래에서도 5월물 WTI는 장중 19.98달러를 찍었다. WTI가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02년 2월 이후 18년 만이다.

유가 반등에 베팅한 개인투자자들은 당황하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에서 거래되다 급락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원유 관련 ETN 및 ETF 매수에 나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이달 들어 ‘KODEX WTI 원유선물(H)’을 367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유가를 2배로 추종하는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과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H)’도 각각 1848억원, 181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하지만 유가 하락이 계속되면서 30일 ‘KODEX WTI 원유선물(H)’은 780원(10.03%) 급락한 7000원에 마감했다.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H)’(-7.09%)과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11.05%)도 일제히 하락했다.

다만 이들 ETN이 레버리지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낙폭은 크지 않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두 상품의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 보유 물량이 소진되면서 괴리율(순자산가치 대비 시장가격)이 20% 이상 치솟았기 때문”이라며 “이는 투자자들이 실제 가치보다 20% 비싸게 매수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유가 전망은 예측불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둔화에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간 ‘치킨 게임’이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하락세를 막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중장기적으로 미국이 셰일산업을 살리기 위해 이들 산유국을 압박할 것이란 기대는 남아 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