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부 3월 30일 오후 4시49분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등 주요 기업이 최근 3년간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세방 명문제약 등 상장사들도 잇따라 라임 투자에 따른 피해 금액을 공개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가 일반 기업 및 투자자에게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독] 기업들도 '라임 피해'…금호그룹 700억 투자
에어부산 146억 손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개발, 금호속리산고속 등은 총 700억원가량을 라임 관련 펀드에 투자했다. 투자 시기는 2017~2019년이다. 금호아시아나가 재무적 어려움을 겪던 시기다. 투자처는 메자닌 투자 펀드인 ‘라임새턴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새턴 펀드)’ 시리즈 1호 및 4호였다.

에어부산이 가장 많이 투자했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수익증권 부문에서 146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공시했다. 2018년 라임자산운용이 새턴 시리즈 펀드에 200억원을 처음 투자했고, 작년 6월 비슷한 금액을 추가로 넣었다. 석 달 후 라임펀드는 환매를 중단했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378억원의 영업적자에 라임 투자 손실까지 반영돼 당기순손실이 729억원으로 불어났다.

에어부산 외에 아시아나IDT와 아시아나에어포트가 2017년부터 새턴 펀드 4호에 각각 119억원, 79억원을 투자했다. 2018년에는 에어부산을 비롯해 아시아나개발(130억원), 에어서울(100억원), 금호속리산고속(30억원)이 1호 펀드 투자에 뛰어들었다. 아시아나에어포트도 그해 1호 펀드에 40억원을 더 넣었다.

에어부산 외 나머지 금호 계열사들은 라임 사태가 불거지기 전 환매해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작년 5월께 해당 펀드가 만료돼 대부분 회사는 수익을 내고 환매했다”며 “에어부산만 6월에 재투자하는 바람에 손실을 입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가 라임에 투자한 것은 ‘보은’ 성격이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라임은 2016년 금호홀딩스가 아시아나항공 등을 거느린 금호고속을 되사는 데 필요한 자금을 대줬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가 어려워졌을 때 600억원어치 영구채를 인수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과 그 자회사를 금호산업에서 사기로 한 HDC현대산업개발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최악의 상황에 처한 가운데 예상치 못하게 라임 투자로 인한 손실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상장사 피해 잇따라

다른 상장사들의 손실 규모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보일러 제조기업 부스타는 20억원의 라임 투자금 중 절반가량인 9억4100만원을 손실 처리했다. 세방은 지분 100% 자회사인 세방익스프레스가 ‘라임 NEW 무역금융펀드’에 30억원을 투자했으나 14억7400만원을 회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명문제약은 손실 규모가 확정되기 전에 전액을 손실 처리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은행을 통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상품에 투자했지만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며 “투자한 29억원 전액을 손실 처리했다”고 밝혔다. ‘라임 AI스타1.5Y 사모투자신탁’에 2억원을 투자한 삼영무역도 전액을 평가손실 처리했다.

실사 결과에 따라 상장사들의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넥센은 무역금융펀드인 플루토 TF-1호에 19억8400만원을 투자해 절반에 해당하는 9억9200만원을 평가손실로 반영했다. 넥센 관계자는 “손실 규모는 실사 결과에 따라 더 커질 수 있지만 정확한 규모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상은/한경제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