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300원이 방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국제 유가 급락 등으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신흥국에서 자금이 급속도로 유출되고 있다. 지난해 신흥국 채권형 펀드에는 총 479억달러가 순유입됐으나 올 들어 17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국제금융 시장의 불안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자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 15일 주요 5개국 중앙은행에 이어 19일에는 한국을 포함한 9개국 중앙은행과 전격적으로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같은 통화스와프는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달러 유동성 경색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킬 전망이다. 그럼에도 3개월 만기 달러 리보(LIBOR) 금리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등 달러 유동성에 대한 갈증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염병 확산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 실적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달러 현금 수요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은 어떨까.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최근 통화스와프(CRS)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수급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CRS 금리는 달러를 내고 원화를 빌릴 때 적용받는 금리인데 0보다 높은 게 정상이다. 만약 이 금리가 마이너스라면 국내 은행이 원화를 빌려주면서 이자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얹어줘야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다행히 우리 외환 당국이 한·미 통화스와프 등으로 정책 여력을 확보한 만큼 달러당 1300원 선에서 방어선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적으로 점차 가팔라지는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증가세로 2분기 1240~1280원 구간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연말까지 1155원대로 하향 안정화되는 경로를 그려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