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주가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잇따라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최근 폭락장에서 100억원 이상 쓸어담은 ‘현금 부자’ 기업들도 적지 않아 눈길을 끌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주가 변동성 줄이자"…한국타이어·한토신 등 자사株 매입 잇따라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는 지난 23일 NH투자증권과 신탁 계약을 체결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향후 6개월간 500억원 규모로, 한국타이어 시가총액(2조1700억원)의 2.3%에 해당한다. 배당도 대폭 늘렸다. 지난해 결산 배당금을 전년보다 22% 증가한 주당 550원(총 681억원)으로 책정했다.

한국타이어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주가가 41.13% 폭락했다. 회사 측이 주가 방어 차원에서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23일 1만5600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26일 1만7500원까지 회복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주가 변동성 줄이자"…한국타이어·한토신 등 자사株 매입 잇따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토지신탁도 지난 16일 대신증권과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 계약을 맺었다. 시가총액(약 4000억원)의 5%에 달한다. 한국토지신탁은 2010년과 2013년에도 각각 80억원, 12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신탁 계약을 체결하는 등 주가 방어에 적극적인 편이다. 한국토지신탁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직후에도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했지만, 23일부터 코스피지수 회복과 함께 반등에 성공했다.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중에서도 100억원대 자사주 취득 사례가 적지 않다. 산업용 카메라 및 의료용 X레이 업체인 뷰웍스는 이달 시가총액의 4.5%가량인 1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 공시를 냈다. 회사 측은 “순현금자산만 시가총액의 40%가량인 638억원에 달하는 데다 연간 수백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는데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청산가치 수준에 머무르는 등 저평가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뷰웍스는 보유 중이던 일부 달러자산을 처분해 자사주 매입에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주가 변동성 줄이자"…한국타이어·한토신 등 자사株 매입 잇따라
게임 ‘애니팡’ 제작사인 선데이토즈도 이달 초 시가총액의 9%에 달하는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한다고 공시했으며 SBS 드라마를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로 유통하는 SBS콘텐츠허브도 지난 6일 120억원(시가총액의 12%)을 자사주 매입에 쓰기로 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 한도를 완화하기로 결정하면서 당분간 이 같은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이 실질적인 주가 부양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순 보유가 아니라 소각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