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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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백악관과 민주당이 2조달러 규모의 부양책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2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강세를 보였습니다.

다우 지수는 한 때 6%까지 올랐다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민주당)이 기업들에 대한 지원 조건을 강화하겠다고 나서면서 상승폭이 2.39%로 줄었습니다. 통과 전망이 다시 불투명해진 탓입니다. 어쨌든 다우가 이틀 연속 오른 것은 2월6일 이후 처음입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15% 올랐지만, 나스닥은 0.45% 하락했습니다.

부양 패키지는 △기업 대출 5000억달러 △중소기업 구제금융 3670억달러 △실업보험 확대 2500억달러 △납세자 현금 지급에 2500억달러 등으로 짜였습니다.

2조달러는 미 국내총생산(GDP)의 10% 규모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굉장히 신속하게 대규모 패키지를 내놓았지만 이런 부양 패키지를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내놓아야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2조달러의 절반은 대출인 만큼 결국 GDP의 5%를 정부가 직접 나눠주는 것인데, 이는 올스톱된 경제를 길어야 20일 정도 지탱하는 수준이라는 겁니다. 만약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두세달로 길어지면 매달 이런 부양 패키지를 내놓아야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결국 모든 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쯤 잡힐 지"에 달려있는 겁니다.

이날 증시가 마감한 뒤 신용평가사 S&P는 포드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로 한 단계 떨어뜨렸습니다. 투자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떨어뜨린 겁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따른 영업 타격으로 포드의 현금흐름이 악화될 것이란 이유에서입니다.

무디스는 작년 10월에 포드의 신용등급을 정크로 내렸으며, 이날 오전 또 Ba1에서 Ba2로 한 단계 더 낮췄습니다.
"2조달러 부양책을 몇차례 더 만들어야할 지 모른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이렇게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강등된 기업을 이른바 '폴른 엔젤'(타락 천사)이라고 합니다.

BBB급 회사채가 투기등급이 되면 회사채 투매가 나타납니다. 연기금 등 수많은 기관투자자들은 통상 위험관리규정에 따라 정크본드를 보유할 수가 없는 탓입니다.

이런 타락 천사가 많아지면 채권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투매가 나타나며 해당 회사의 회사채 금리가 급등하게 되고 결국 발행·거래가 중단돼 파산에 몰릴 수 있습니다.

작년엔 타락 천사가 13개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벌써 10여개에 달합니다.

신용평가사들은 경제 봉쇄 여파로 기업 자금사정이 급격히 악화되자 평가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S&P는 지난 24일 델타항공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두 단계 떨어뜨렸습니다. 역시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낮춘 겁니다. S&P는 지난 20일 백화점 메이시스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내렸고, 무디스는 지난 18일 셰일회사 옥시덴털 페트롤리움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투기등급인 ‘Ba1’로 강등했습니다.

또 피치는 24일 보잉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2단계 낮췄습니다. BBB는 투자등급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한 단계만 더 떨어지면 보잉이 정크등급 회사가 됩니다.

미 중앙은행이 지난 23일 회사채 매입 기구 2개를 만들었지만, 투자등급만 대상일 뿐 정크본드는 그 대상이 아닙니다.

이 때문에 Fed의 발표 이후 투자등급 채권의 국채와의 스프레드는 줄었지만, 정크본드의 스프레드는 10%포인트 이상으로 확대된 상태입니다.

특히 저유가 충격까지 겹친 셰일기업들의 스프레드는 기록적 수준인 23%포인트까지 치솟았습니다.
"2조달러 부양책을 몇차례 더 만들어야할 지 모른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UBS에 따르면 미국의 기업부채는 지난 10년간 두 배 가량 증가해 작년 말 현재 10조달러에 달합니다. 특히 BBB 등급 회사채가 3조7000억달러 규모로 투자등급 채권의 5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2007년의 8000억달러보다 네 배 이상 많아진 겁니다.

호황과 저금리가 지속되면 시절, 신용평가사들은 BBB 투자등급을 마구 내줬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절이 끝났습니다.

JP모간은 올해 '타락 천사'가 되는 BBB급 채권이 2150억달러에 달해 기존 기록인 2005년(1000억달러)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금같이 영업 중단이 길어진다면 하이일드 시장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파산이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돈을 벌 수도 없고, 기존 채권이 만기를 맞았는데 금리가 치솟은 상태라면 롤오버(차환발행)은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스프레드가 10%포인트를 넘거나 채권 값이 달러당 80센트 밑으로 떨어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회사채 규모가 1조달러 수준에 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2008년 최고 기록에 근접한 수치입니다.

결국 모든 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쯤 잡힐 지"에 달려있는 겁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그래서 ① 현 상황에서도 현금흐름을 벌 수 있는 기업 ② Fed의 회사채 매입의 수혜를 받을 기업(투자등급) ③ 정부가 구제할 기업에 대한 선별 작업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길어져도 이들은 안전할 수 있습니다. 이날 펀드평가업체 모닝스타는 밸런스시트가 건강한 기업들을 선별해서 추천했습니다.
"2조달러 부양책을 몇차례 더 만들어야할 지 모른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지금은 투자등급이지만 조금이라도 타락 천사가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채권은 버림받고 있습니다. 또 강등 가능성이 있어도 보잉같은 정부가 확실히 구제할 기업은 괜찮습니다.

이날 부양패키지를 보면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기업'을 위해 170억달러의 지원금이 따로 책정됐습니다. 이는 보잉을 위한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 때문에 보잉은 이날 주가가 24.3% 오르는 등 사흘 연속 급등해 그새 60% 가량 상승했습니다. 지난 18일 최저 89달러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158.73달러로 마감됐습니다.

주식시장도 이런 기업들 선별에 나섰다는 뜻입니다.
"2조달러 부양책을 몇차례 더 만들어야할 지 모른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미 경제에 얼마나 타격을 주고 있을까요.

그 첫번째 중요한 단서가 미 동부시간 26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26일 밤 9시30분) 발표됩니다. 지난 21일로 마감된 주간실업보험 청구건수가 발표되는 겁니다.

현재 월가에서는 청구건수가 약 100만(JP모간)~400만건(씨티그룹)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전주의 28만1000건보다 폭증하는 겁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날 3월13일 이후 캘리포니아의 실업급여 신청자만 100만명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시장 타격을 우려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예비 청구건수를 의도적으로 많이 걸러내 숫자를 축소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입니다.

이틀간의 뉴욕 증시 반등엔 이런 악재가 반영되어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200만건을 넘는다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많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내일 실업자수가 500만명 넘게 늘어도 코로나 바이러스만 잡힌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V자 반등, 부양 패키지 등 모든 게 한 달 수준의 경제 중단을 가정하고 있는데, 바이러스 확산이 두 세 달 이상 길어긴다면 파산이 속출하고 하이일드 시장이 무너지면서 금융시장은 다시 한번 요동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모든 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쯤 잡힐 지"에 달려있는 겁니다.
"2조달러 부양책을 몇차례 더 만들어야할 지 모른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가는 이탈리아, 중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진전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중국 우한은 감염자가 0까지 줄었지만 일부에서 재발했다는 소문도 들립니다. 잡힌 줄 알았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발할 경우, 월가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영향을 받는 기간을 3~4개월 이상으로 시나리오를 수정해야할 겁니다.
이탈리아에서는 감염자 수가 정점을 지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검진 시스템까지 붕괴되면서 숫자가 제대로 안잡히는 것이란 추정도 있습니다.

결국 모든 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쯤 잡힐 지"에 달려있는 겁니다.
"2조달러 부양책을 몇차례 더 만들어야할 지 모른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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