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하락장이 이어지거나 변동성이 극심해질 때면 투자자 사이에서 낙폭이 크거나 밸류에이션이 낮은 종목, 고배당주를 찾는 전략이 인기를 끈다. 그러나 최근 증권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폭락 장세가 펼쳐진 큰 위기에서 단순히 하락폭이 큰 종목을 찾기보다 이번 사태가 불러올 산업 변화를 살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과거 대형 위기 전후를 돌이켜보면 산업의 부상과 쇠퇴가 엇갈리면서 주도주가 바뀌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위기가 지나고 주도주로 올라선 종목은 안 좋은 국면에서도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주가를 방어하거나 오히려 오르는 공통점이 있었다. 코로나19발(發) 폭락장에서도 주가를 지켜내는 기업들을 잘 골라내면 향후 주도주가 될 종목을 예측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위기때마다 바뀐 주도株…코로나 지나면 언택트株 뜨나
2008년, 자동차로 주도주 이동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자동차가 소재·산업주 등 경기민감주를 밀어내고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며 전성기를 맞는 계기가 됐다. 위기 직전 해인 2007년만 해도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0위권에는 포스코(2위), 현대중공업(3위), SK이노베이션(10위) 등이 포진해 있었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벗어난 2009년 이후 시가총액 순위가 대폭 바뀌었다.

2008년 시가총액 13위였던 현대자동차는 3위로 뛰어올랐다. 현대차는 2008년 10월 저점 이후 2010년 10월까지 2년간 230%를 넘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08년 10위권 밖이던 현대모비스도 위기 직후인 2009년 ‘톱10’에 진입한 뒤 2010~2011년엔 ‘톱5’까지 올라섰다. 2008년 30위권이던 기아자동차 역시 금융위기 이후 급성장해 2011년 시가총액 5위에 들었다.

2008년 10월 코스피지수는 1100선이 무너지며 2007년 말 대비 54.5% 폭락했다. 하지만 위기 가운데서도 현대차는 2008년 16%의 주가 수익률을 기록했다. 자동차산업의 타격도 컸지만 현대·기아차는 생산 유연화와 초긴축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뤘고, 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가를 부양해 위기를 극복했다. 현대차가 글로벌 5대 자동차 메이커가 된 것은 금융위기를 지난 2011년이다.

자동차만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간 주가 상승률이 플러스를 기록한 기업으로는 셀트리온도 있다. 셀트리온은 2008년 한 해 주가가 227% 급등했다. 2009년 증시가 회복세에 들어섰을 때도 연간 50% 이상 주가가 뛰며 바이오 주도주로 자리잡았다. 게임주인 엔씨소프트도 마찬가지다. 2008년 주가 수익률이 7%를 웃돌며 폭락하던 코스피지수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코스피지수 하락률보다 더 큰 낙폭을 보인 종목의 반등은 더뎠다. 금융위기 때 60~70% 폭락하며 저점을 찍었던 건설·에너지·은행주는 다른 업종 주가가 플러스로 돌아서는 회복 국면에서도 여전히 마이너스 수익률에 머물렀다.

2020년 위기는 비대면산업 성장 계기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도 어떤 산업과 기업엔 주도주로 성장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위기 때 실적과 주가를 방어했던 기업들이 회복 국면에서도 더 강한 상승세를 탔다”며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이번에는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e커머스 등 비대면산업이 부각되고 있다. 이들 업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꾸준히 기대주로 통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성장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외부 활동이 줄면서 전자상거래와 웹툰으로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네이버와 게임주 엔씨소프트가 대표적이다. 기업들의 실적 하향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이들 종목은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와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인터넷주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올초 3.6%에서 이달 24일 4.8%로 높아졌다. 코스피지수가 연일 폭락하면서 개별 종목 주가도 떨어지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다는 방증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