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회사는 이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유가 급락 등으로 수주 악화에 시달릴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주요 조선사 주가가 시장 평균보다 더 크게 떨어지며 투자자의 관심 밖으로 멀어지는 듯했다.

그랬던 조선업을 놓고 증권업계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현 주가 수준이 대외 환경 우려를 과도하게 반영한 저평가 영역이란 평가가 나오면서다. 최근 유가 급락이 대형 유조선 수요를 자극해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수주가 늘 것이란 기대까지 나오자 “조선주 매수 시기가 왔다”는 평가가 증권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유가 급락→유조선 수요 자극→수주 확대 기대…현대重·삼성重·대우조선 뱃고동 울릴까
초대형 유조선 수주 기대↑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조선해양은 5100원(6.90%) 오른 7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중공업(13.91%), 대우조선해양(7.36%), 현대미포조선(14.89%) 등 다른 조선사도 코스피지수(5.89%)보다 많이 올랐다.

조선주는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해 신규 수주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를 받았다. 특히 해양플랜트 내 생산설비 발주가 지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줄줄이 제기됐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28.94% 급락했다. 다른 조선사 주가도 코스피지수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그림이 펼쳐지고 있다. 유가 급락이 석유 물동량을 끌어올리며 VLCC 운임이 폭등한 것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VLCC 운임은 선주사의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알려진 1일 용선료 3만달러 선을 오갔다. 그러다가 지난 16일 25만달러를 넘어섰다. 여덟 배 폭등한 것이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증산 계획까지 나오자 VLCC를 원유 비축선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까지 겹쳤다. VLCC 운임은 이후 13만달러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원유 공급 경쟁이 당분간 지속되는 만큼 석유 물동량도 늘어날 것”이라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VLCC 수주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대형 선박 건조 능력에 있어서는 한국 조선사들이 일본과 중국 조선사를 압도하는 만큼 VLCC 싹쓸이 수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조선업 리스크 과대 반영됐다”

조선업종을 둘러싼 우려가 과도하다는 분석도 속속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에는 코로나19 영향을 반영하더라도 국내 조선사의 수주잔액이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올해 세계 선박 발주량은 기존보다 21% 줄어든 5600GT(총톤수)가 될 것”이라며 “국내 5대 조선사의 수주액으로 계산하면 225억달러 수준인데 이들 조선사의 올해 예상 매출 목표를 5% 정도 웃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해양플랜트에 대한 우려도 과도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내 조선사의 해양플랜트 수주 의존도가 14% 정도로 과거에 비해 높지 않다. 삼성중공업을 제외하면 조선사의 수주 목표 중 해양플랜트 비중은 9%대로 떨어진다. 진행 중인 해양플랜트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과거처럼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준은 아니라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조선업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수준은 역사적 저점에 닿았다. 주요 조선사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 평균은 0.3배로 역사적 저점이다.

한영수 연구원은 “유가가 급락하며 해양플랜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조선업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던 2015~2016년 당시 조선사들의 PBR은 0.6배”라며 “지금 주가 수준은 역사적 저점”이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