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에도 제동을 거는 등 대형 금융지주사와 대기업의 사내이사 연임에 대거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19일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를 열어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효성 한라홀딩스 만도 등투자대상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했다. 수탁위는 국민연금 주요 투자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와 공개 중점관리 기업 선정 등 주주활동을 자체 결정하는 기구다.
국민연금, 신한금융·우리금융·효성 회장 등 연임 반대
최대 관심사이던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등 두 대형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의 연임 안건에 국민연금은 모두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고 반대 의결권 행사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신한금융 최대주주이자 우리금융 2대 주주로 각각 지분 9.76%, 8.82%를 보유하고 있다. 조용병 회장은 지난 1월 신한은행 채용 비리 1심 재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손 회장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금융당국이 최근 중징계를 내렸다.

국민연금은 하나금융지주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건에도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이번 주총을 앞두고 기존 사외이사 전원을 재선임했다. 국민연금이 우리금융과 함께 DLF 사태로 징계를 받은 하나금융에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인 만큼 그의 연임은 주총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조현준 회장, 조현상 효성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에도 반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효성은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과반인 54.72%를 차지하고 있어 안건 부결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3년 전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의 한라홀딩스 및 만도 사내이사 연임건에는 ‘기권’을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경영 개선 노력이 다소 미흡하지만 그간의 노력과 최근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한 연기금 전문가는 “국민연금이 아직 최종 법적 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추상적인 기업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이사회 동의를 받은 CEO를 끌어내리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