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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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공포에 국내 금융시장이 박살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약 11년 전 수준인 1400선까지 주저앉았고, 환율은 1300원에 육박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1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33.56포인트(8.39%) 내린 1447.6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15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7월 23일(1496.49) 이후 약 10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 국내 증시, 서킷브레이커·사이드카 발동에도 하락폭 키워

코스피지수는 34.89포인트(2.19%) 급등한 1626.09로 출발했으나 장중 하락전환해 낙폭을 키웠다. 이날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모두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전일 종가 대비 지수가 8% 이상 폭락하면 20분간 주식매매를 정지하는 제도다. 사이드카는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5% 하락한 데 따라 이뤄졌다. 사이드카가 발동되면 5분간 프로그램매도호가의 효력이 정지된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의 낙폭 확대는 외환시장 영향에 따라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증가한 탓"이라며 "외국인 순매도 약화는 유동성 경색 조짐 완화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시장의 상황은 금융위기 당시를 뛰어넘는 수준의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봤다.

글로벌 증시 패닉 현상에 외국인 매도세는 11거래일 연속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6195억원 순매도했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2899억원, 2450억원 매수 우위였다.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종목은 모두 하락 마감했다. LG화학(-17.86%), 셀트리온(-10.83%), 현대차(-10.34%), 삼성전자(-5.81%), 네이버(-1.37) 등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56.79포인트(11.71%) 폭락한 428.35로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16.45포인트(3.39%) 오른 501.59로 출발했으나 하락세로 전환해 점차 하락폭을 키웠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모두 발동됐지만 추락하는 지수를 잡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개인이 1716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654억원, 101억원 매수 우위였다.

시총 상위주 중에서는 씨젠(13.51%)과 케이엠더블유(3.77%)를 제외한 모든 종목이 하락했다. 휴젤(-13.87%), SK머티리얼즈(-13.28%), CJ ENM(-10.34%), 셀트리온헬스케어(-7.74%) 등이다.

◆ 코로나19 유탄 맞은 환율, 11년만에 최고 수준 급등

원·달러 환율은 급등(원화 약세) 마감했다. 세계 금융시장이 코로나19의 유탄을 맞으면서 '달러 품귀 현상'이 빚어져서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40.0원 폭등한 1285.7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2009년 6월29일 기록한 1285.8원 이후 1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1257.0원에 급등 출발한 환율은 빠르게 올라 장중 1290원대에 진입했다. 이후 당국의 구두 개입 등으로 일부 상승폭을 되돌리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환율은 장 막판 들어 완만하게 상승했다.

간밤 미국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6.3% 폭락해 2만선을 내줬다. 2017년 2만선에 올라온 이후 3년 만에 랠리를 끝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5.18%, 나스닥 지수도 4.7% 떨어졌다.

국제유가도 18년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날보다 배럴당 24.4%(6.58달러) 떨어진 20.37달러에 장을 마쳤다. 2002년 2월 이후 18년 만의 최저수준이다.

위험자산 뿐만 아니라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도 폭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3.1%(47.90달러) 하락한 1477.90달러를 기록했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금융위기에 준하는 수준으로 주식, 채권, 환율, 상품 등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흔들리면서 달러에 대한 맹목적인 선호가 이어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원·달러 환율의 상단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부연했다.

차은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