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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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업어음(CP)을 매입해 기업들에 직접 돈을 쏴주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단기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숨통을 틔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Fed는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기업과 가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어음 시장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며 CP매입기구(CPFF)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CPFF가 설치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매입 대상은 3개월짜리 달러표시 CP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도 포함된다.

CP는 기업이 단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신용도를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이다. Fed는 원칙적으로 돈을 갚지 못할 위험이 있는 민간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 Fed는 다만 '예외적이고 긴급한 상황'에서 발동되는 특별권한을 근거로 재무부의 사전승인을 거쳐 CPFF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당시에도 금융시장에서 CP를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Fed가 CP를 직접 매입했다.

CP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위험의 핵심요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Fed의 전격 기준금리 인하 조치 이후에도 미국 증시가 폭락한 것은 당장 해결해야 하는 CP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美 중앙은행, 기업에 단기자금 직접 지원 결정…"큰 불 껐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CP 90일물 금리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처럼 상승하면서 미국 단기자금 시장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며 "코로나19로 기업 활동에 애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용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CP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P 시장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기업은 자금융통에 어려움을 겪고, 충격은 고스란히 다른 기업으로 전이될 것이란 판단이다.

김 연구원은 "기업들이 코로나19에 버틸 수 있는 시간만 마련되면 시장의 분위기는 지금보다 개선되고, 공포심리 역시 완화될 것"이라며 "CP 시장 안정화, 투자심리 회복, 외국인 순매수 재개 등 삼박자가 갖춰질 때 한국 시장도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민수/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