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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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10년 전의 수준으로 퇴보했다. 장 초반 미국의 대규모 부양책 기대감에 상승을 시도했지만, 장 막판 미국 야간선물시장의 폭락세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18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81.24포인트(4.86%) 급락한 1591.20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2010년 5월26일(1582.12) 이후 10년여 만이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13.68포인트(0.82%) 오른 1686.12에서 출발해 장중 한때 1693.95까지 올랐다. 이후 등락을 오가던 지수는 오후 1시 44분께부터 하락폭을 키우며 16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날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시간외 거래에서 주요 주가지수선물이 가격제한폭인 5% 이상 급락해 현재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서킷브레이커는 주가가 급등락하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다. 거래 정지는 미국 주식 현물시장 정규 거래가 시작될 때까지 유지된다.

간밤 뉴욕 증시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업어음(CP) 매입 발표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기대감에 힘입어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5.20%)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6.00%), 나스닥지수(6.23%)가 모두 반등했다.

◆ 미국 경기 부양책에도 외국인 '팔자' 거세

미국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국내 증시도 장 초반에는 상승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10일 연속 이어진 외국인의 '팔자'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1월 20일 이후 이날까지 국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에서 13조2435억원 가량의 주식을 팔았다.

글로벌 증시 패닉 현상에 외국인 매도세는 지난 5일부터 10거래일 연속 이어지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893억원과 4359억원 순매도 했다. 개인은 9143억원 매수우위였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전날까지 30거래일 동안 코스피시장에서 11조9000억원 순매도했다"며 "외국인의 귀환을 위해서는 미국 주식시장 회복, 재정지출 의회 통과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가총액(주식을 시가로 표시한 금액) 상위주는 일제히 내렸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59% 내린 4만5600원에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삼성바이오로직스도 각각 9.08%와 4.07%의 주가하락률을 나타냈다. 네이버셀트리온도 각각 3.31%와 6.55% 급락했다.

LG화학은 8.65% 내린 28만원에 거래를 끝냈고 삼성물산도 5.78% 급락한 8만3100원을 기록했다. 시총 상위 10위권 내 종목들 중에선 LG생활건강을 제외하고는 일제히 내렸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9.59포인트(5.75%) 내린 485.14로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6.06포인트(1.18%) 오른 520.79로 개장한 뒤 등락을 오가다 결국 500선이 무너졌다. 종가 기준 코스닥 500선이 무너진 것은 2014년 1월3일(499.33) 이후 약 6년여 만이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229억원, 69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1199억원 순매수했다.

시총 상위주 중에서는 스튜디오드래곤(0.96%)을 제외한 대부분의 종목이 하락했다. 씨젠(-7.64%), 에이치엘비(-7.29%), 셀트리온헬스케어(-5.92%), 헬릭스미스(-4.79%) 등이 내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간밤 미국 증시가 올랐던 것은 낙폭 과대에 따른 반발 매수세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미 중앙은행(Fed)의 경기부양책 기대감 때문"이라며 "이를 투자자들이 다시 냉정하게 생각하니 이같은 정책의 시행은 단기 금융시장의 위험이 크다는 것으로 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Fed는 기업어음(CP)을 매입해 기업들에 직접 돈을 쏴주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단기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숨통을 틔여주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CP매입기구(CPFF)를 설치키로 했다. CPFF가 설치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정 본부장은 "단기자금 운용의 대상은 금융사와 헤지펀드들인데, 이들은 결국 한국 증시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자"라며 "이들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해 한국 등의 주식을 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개인들이 소비를 안 하는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코로나19가 무서워서"라며 "결국 코로나19가 잡혀야 증시 안정도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원·달러 환율 1245.7원…5거래일 간 52.7원 폭등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2원 오른 1245.7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까지 최근 5거래일 동안 무려 52.7원 폭등했다. 이날 1241.0원에 하락 출발한 환율은 장중 12원 넘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오후 들어 낙폭을 줄여가다 상승 전환했다.

이날 장 막판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에 대해 정성윤 하이투자선물 연구원은 "미국 지수 선물시장이 하락세를 보였고 유가 역시 시간외 거래에서 하락하는 등 경제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들이 악화됐다"며 "이 영향에 국내 주식시장, 외환시장 모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국이 선물환 포지션 확대 등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를 내놨고 실개입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상단은 일부 제한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차은지/윤진우/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