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사업보고서 등을 기한 내 제출하지 않고 행정제재 면제를 신청한 상장사가 3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사업장이 중국이나 국내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에 있어 재무제표 작성, 외부 회계감사 등에 곤란을 겪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업보고서 등을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한다고 금융당국에 제재 면제 심사를 신청한 상장사가 37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KT&G 등 30여 곳 "사업보고서 지연 제재 면제해달라"
정부는 지난달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업보고서 등을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 행정제재를 면제해주는 정기주주총회 안전 개최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통상 12월 결산법인은 3월 말까지 사업보고서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제출해야 한다. 위반하면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받는다.

면제 심사를 신청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KT&G를 비롯해 남선알미늄, 서연이화, 이수페타시스, 에스엘, 서연 등이다. KT&G 측은 “중국 자회사의 작년 회계연도 외부감사 및 재무제표 작성 등이 지연되고 있어 제재 면제 심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남선알미늄과 이수페타시스는 본점이 대구에 있어 재무제표 작성 및 외부감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코스닥시장의 면제 심사 신청 상장사는 25개사에 달한다. 중국 기업이거나 중국 관련 사업을 하는 상장사가 많다. 화장품업체인 제닉은 “자회사 제닉상하이화장품유한회사의 유형자산(건물·토지) 감정평가를 지난달 외부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했지만 코로나19 확산과 방역 조치로 중국 내 이동이 제한됐다”며 “현지 평가사들의 재택근무로 감정평가가 지연돼 외부감사 및 재무제표 작성 등이 불가피하게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든센츄리, 크리스탈신소재, 오가닉티코스메틱 등 중국 기업은 자회사가 중국에 있다는 점을 신청 이유로 꼽았다.

시장에선 일부 상장사가 의도적으로 사업보고서 등 제출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보이고 있다. 전날(17일) 면제 심사를 신청한 코스닥 상장사 뉴프라이드는 최근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영업이익 과대계상 등 회계처리 위반으로 제재를 받았다. 이에 거래소는 지난 12일부터 거래를 정지시키고 상장적격 실질심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특례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에 대해선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면제 심사 신청 기업들은 금감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심사를 거쳐 이달 말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통해 최종 면제 여부가 결정된다. 면제 대상으로 선정되면 사업보고서는 올 5월 15일까지, 감사보고서는 6월 15일까지 지연 제출해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거래소도 이 같은 상장사의 사업보고서 등 제출이 늦어지면 관리종목 지정, 상장폐지 등 시장조치를 유예하기로 내부 상장규정을 개정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