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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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서 급속도로 확산된 최근 한 달 간 외국인들은 단 3일을 제외하고 '팔자'를 외쳤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만 12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한진칼을 가장 많이 사들였으며, 가장 많이 판 것은 삼성전자였다.

◆코스피 1700선 붕괴…"외국인이 하락 주도"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달 18일부터 전날까지 한 달 간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2조531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단 3일(2월20·21일, 3월4일)을 제외하고 이날까지 19거래일 동안 '셀 코리아'(Sell Korea)를 외치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해당 기간 동안 국내에서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지난달 18일 대구에서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국내에서는 연일 수십~수백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확진자는 총 8413명이다.

외국인들의 팔자 행진과 함께 코스피지수도 주저앉았다. 지난 달 2200선에서 거래됐던 코스피지수는 하락을 거듭하며 1700선마저 붕괴됐다. 사상 최초로 사이드카, 서킷브레이커가 한꺼번에 발동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뒤늦게 확산되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포되면서 주요국 금융시장이 요동친 점도 증시 대폭락 요인이었다.

김동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연일 순매도하며 코스피 시장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며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2000년 이후 최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과거 사례와 비교해 보면 아직 최악의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그는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순매도 대금 비중을 누적 합산해 보면 사상 최악의 외국인 순매도는 2008년 8월21일"이라며 "당시 외국인의 20영업일 간 순매도 강도(외국인 순매도 대금을 시가총액의 누적 합으로 나눈 값)는 약 1.1%포인트였고 현재는 약 0.9%포인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당시보다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반도체株 팔고, 지주사 한진칼 삼성물산 사들여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이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판 코스피 종목은 대장주 삼성전자였다. 팔아치운 금액만 5조7937억원, 주식수는 1억872만여주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업종 쌍두마차인 SK하이닉스도 1조1447억원어치(1296만3000주)를 팔았다. 이 기간 두 종목의 시가총액은 90조원 넘게 증발됐다.

뒤를 이어 외국인은 삼성전자 우선주(7720억4000만원) 현대차(6230억7100만원) SK이노베이션(3365억1200만원) 삼성SDI(3171억4000만원) 네이버(1899억900만원) LG화학(1873억7800만원) 신한지주(1714억6400만원)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줄줄이 팔았다.

반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가장 많이 샀다. 쓸어담은 금액은 1948억3200만원어치(274만주)다. 또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인 삼성물산도 903억300만원(85만주)을 순매수했다.

이밖에 LG유플러스(728억400만원) KT&G(710억2400만원) 셀트리온(704억100만원) 한온시스템(427억5500만원) 삼성전기(391억7400만원) 일진머티리얼즈(332억1400만원) 등도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았다.
출처=한국거래소.
출처=한국거래소.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IT)주를 대거 파는 이유는 업황 부진을 전망해서가 아니다"며 "국내를 포함해 신흥국 시장 전반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노 연구원은 "외국인이 돌아와 증시가 오르려면 코로나19 확산세의 고점이 지나고 경제지표가 호전돼 미국 증시가 회복해야 한다"며 "미국 증시가 회복되기 전까지 관망하는 자세도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채선희/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