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PBR주 적정가치 논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증시 급락에 주가순자산비율(PBR: 시가총액/순자산) 0.2~0.3배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철강·자동차 등 전통 제조기업, 금리 하락이 실적을 악화시키는 보험·은행,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전력 공기업 등이다. 이들 종목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PBR이 낮아졌다. 하지만 저가 매수를 권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다. 주가 하락에도 투자 매력이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사상 최저로 떨어진 PBR

PBR 0.2배 종목 속출…"정말 싼 값인가"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제철(17,950 +2.28%)은 1000원(5.24%) 내린 1만8100원에 마감했다. 12개월 선행 실적 기준 PBR이 0.1배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주가가 계속 내린 탓이다. 현대제철은 2018년 22.8%, 지난해 30.5% 하락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올해도 42.5% 내렸다.

PBR은 시가총액을 ‘주주들의 몫’인 순자산(자산-부채)으로 나눈 투자지표다. PBR 1배 미만은 기업이 영업을 중단하고 보유 자산을 팔면 시가총액보다 많은 돈을 주주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청산 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종목이 코로나19 사태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주가가 40.6% 떨어진 동양생명, 51.3% 하락한 한화생명(1,390 -2.46%)도 PBR이 0.1배다. 한국전력(19,250 +1.58%), 롯데쇼핑(75,000 +3.31%), 기업은행(7,500 +3.16%), 한국가스공사(21,500 +0.70%), 하나금융지주, 현대위아(26,800 +4.69%), 두산인프라코어(3,145 +2.78%) 등은 PBR 0.2배, 두산중공업(3,415 0.00%), 포스코(161,000 +0.63%), 현대차(88,700 +3.86%), 이마트, HDC현대산업개발 등은 0.3배 수준이다.

반면 삼성전자(1.2배), LG화학(1.5배), 네이버(3.6배), 삼성바이오로직스(6.5배) 등은 코로나19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유지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종목별, 업종별로 PBR 차이가 지금처럼 크게 벌어진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부익부 빈익빈이 심한 상태”라고 말했다.

“기존 주도주가 더 투자 매력 높아”

이들 종목의 PBR이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보지 못한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일각에선 반등 가능성을 거론한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PBR 0.3배는 과도한 공포가 반영된 주가”라며 “시장 혼란이 가라앉으면 주가도 정상 수준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섣불리 저가 매수에 나서선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분명 PBR 0.2~0.3배가 싼 것은 맞지만, 성장성을 고려하면 투자 매력이 더 높은 종목이 많다는 것이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이번 사태가 진정되면 반도체와 5세대(5G) 이동통신, 전기차 관련주 등 기존 주도주의 반등폭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 간 PBR 격차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10년 말 업종별 PBR 표준편차는 0.5배에 불과했다. 몇 개 업종을 빼면 대부분 PBR이 1~2배 사이에 고르게 분포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표준편차가 0.8배로 확대됐다. 시장 자금이 성장성이 높은 업종에만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0년 말 포스코의 PBR이 1.1배였지만 지금은 그때와 산업 구조가 많이 달라졌다”며 “지금 그 수준으로 회복하기를 바라긴 어렵다”고 말했다.

유형자산이 많은 기업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더 취약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중후장대산업은 감가상각비와 임금 등 고정비가 많아 매출 감소 시기에 이익이 더 가파르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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