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
美·유럽 출입통제로 실사 중단

年 10兆 투자하는 국민연금 비상
공제회·보험사 역마진 우려도
마켓인사이트 3월 16일 오후 1시 40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국민연금의 글로벌 투자 계획에 ‘적신호’가 켜졌다. 핵심 투자 지역인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출입국 통제에 나서며 실사 등 투자에 필수적인 작업이 전면 중단돼서다. 공제회, 보험사 등 다른 기관들도 투자 길이 막혀 역마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켓인사이트] 코로나에 해외 대체투자 '올스톱'

16일 인프라 관련 전문지 IPE리얼에셋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인 캐나다 브룩필드는 진행 중이던 호주 퀸즐랜드주 달림플베이 석탄 터미널 매각 작업을 중단했다. 호주 정부가 이달 초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한국과 중국 등의 입국을 금지한 여파다. 입국 금지로 입찰에 관심을 보이던 이들 국가의 기관투자가들이 실사 등 기본적 인수 작업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호주 최대이자 세계 3위인 이 터미널은 연간 8500만t의 석탄을 처리할 수 있다. 매각 가격은 25억호주달러(약 1조 8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외신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 터미널 인수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홍콩 최고 부호인 리카싱 일가가 이끄는 CK에셋홀딩스 산하 인프라 투자회사 CK인프라스트럭처도 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조 단위 인프라 투자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국민연금은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아직까지 수급자보다 납부자가 많은 국민연금은 매년 적립금이 수십조원씩 늘어나고 있어 투자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약 736조원인 전체 자산 중 11.4%인 84조3000억원(국내 24조8000억원, 해외 59조5000억원)을 부동산, 인프라, 사모주식(PE) 등 대체투자 분야에 투자했다. 기금운용 계획에 따라 대체투자 비중을 올해 말 13%, 2025년 말 15% 내외로 높일 계획이다.

적립금 자체가 증가하는 가운데 비중마저 이렇게 높이려면 해외 대체투자를 매년 최소 10조원 넘게 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막대한 자금이 낮은 예금 금리에 묶여 있다.

일단락된 듯했던 투자들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일례로 국민연금이 최소 5억달러(약 6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셰일 관련 에너지업체 톨그래스에너지의 인수합병(M&A) 거래(총 거래액 63억달러)가 무산될 가능성이 나온다. 유가가 폭락하면서 셰일가스 채굴업체들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한 자산운용사 대체투자 담당 임원은 “자칫 미국 등 선진국에서 코로나19가 대유행해 경제 위기가 현실화되면 아직 완료되지 않은 거래들이 취소되거나 계약 조건이 변경되며 국민연금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제회, 보험사 등 다른 장기 투자기관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저금리 시대를 맞아 조달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기 위해 해외를 중심으로 대체투자 확대에 나서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글로벌 대체투자가 중단되고 올 하반기는 돼야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돼 투자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주식 및 채권시장 역시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어 다른 투자 대안을 찾기도 힘들다.

한 보험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주식, 채권, 대체투자 어디에도 쉽사리 손을 뻗기 어렵다”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역마진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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