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차질 이어 유가급락…글로벌 수요위축에 복합위기 다가온다
자동차·석유화학·철강 등 실적부진 예고…반도체 바닥탈출 지연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 상황으로 악화해 대외교역 비중이 높은 한국 주력산업의 1분기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공급망 붕괴로 생산중단을 겪어 실적부진이 불가피하며 석유화학과 철강 등은 업황 회복이 지연되면서 실적개선 시기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도체는 생산라인을 정상 가동했고 오히려 코로나19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코로나19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됐다.

15일 업계에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은 반도체 부문이 양호해 수요가 감소한 스마트폰 부문의 부진을 상쇄하겠지만, 10분기 만에 최악을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주력산업 코로나 팬데믹에 '휘청'…1분기 실적 비상
한화증권은 1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을 6조4천290억원으로 제시해 작년 동기(6조2천333억원)보다 3.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신한금융은 10일 보고서에서 6조820억원으로 전망해 2.4% 감소할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의 작년 1분기 영업이익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불황이란 겹악재로 전년 동기 대비 60.2% 급감한 바 있다.

반도체 업황은 지난해 4분기에 바닥을 치고 올해 1분기부터 5세대(5G) 이동통신 보급 확대와 기업의 서버 투자 등에 따라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코로나19로 스마트폰을 비롯한 세트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예상보다 반등 시점이 늦어질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13일자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펜데믹 상황으로 글로벌 경기둔화 위험이 커져 3분기 이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렌드포스는 2분기까지는 재소 수준이 낮아 D램과 낸드 플래시의 가격이 강세를 유지하겠지만, 하반기부터는 서버와 스마트폰, 노트북의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현재 상황이 유지된다면 D램 가격은 연간 최고 30% 오르겠지만, 부정적 시나리오로는 4분기에 동결되면서 연간 상승률은 최고 20%로 제한될 것으로 봤다.

낸드 플래시 가격은 현재 상황에서도 3분기에 동결되고, 4분기에는 5% 하락해 연간으로는 최고 15% 상승할 것으로 봤다.

부정적 시나리오에서는 3분기에 하락세로 돌아서고 4분기에 10∼15% 하락해 연간으로도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주력산업 코로나 팬데믹에 '휘청'…1분기 실적 비상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직격탄을 맞아서 1분기 실적 부진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삼성증권 임은영 애널리스트는 11일자 보고서에서 현대차 1분기 영업이익이 8천57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단 3.8% 많지만, 기존 시장 예상치(1조1천200억원)보다 24%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진투자증권도 같은 날 현대차 1분기 영업이익을 8천730억원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 사태로 중국산 부품 조달이 막히며 국내 공장이 모두 문을 닫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겪었다.

이에 따라 2월 생산에 차질이 생겼고 국내에서 코로나가 확산한 2월 하순부터는 내수 판매도 급감했다.

게다가 이제는 코로나가 세계로 퍼지면서 해외 판매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 판매가 하반기에 회복되더라도 유가급락으로 러시아와 남미, 중동 등 신흥시장에서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는 13일 주가가 8.2% 떨어지며 8만7천200원으로 내려갔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유업계는 코로나19로 항공유 판매가 급감한 데다 국제유가 폭락으로 재고자산 가치도 떨어져 1분기 실적은 추가 악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선업계는 경기에 후행하는 산업이다 보니 당장 1분기 실적이 크게 달라지진 않지만 향후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유가 하락으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

유가가 너무 낮으면 해양플랜트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유가가 낮으면 미리 비축해두려는 수요로 탱커선 시황이 개선될 수도 있다.

한국의 주력산업 코로나 팬데믹에 '휘청'…1분기 실적 비상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직접적으로는 중국 블록공장(선체부품공장) 가동 일시중단 영향으로 애로가 있다.

두산중공업은 가뜩이나 어려운 사정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며 투자심리가 극히 악화했다.

명예퇴직에 이어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휴업(70% 유급휴직)을 추진하기로 한 것을 두고 투자자들의 불안이 극히 고조됐다.

포스코도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업황 부진에 따라 1분기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날 것으로 전망됐다.

교보증권이 11일 제시한 포스코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5천970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2천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12일 발표한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 압박 심화'란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들의 높은 수출 의존도를 고려할 때 생산 차질보다는 주요 제품과 서비스의 수요 감소가 실적과 신용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유·화학, 철강, 유통, 자동차, 전자산업 등이 수요 감소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