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한 세계 각국의 부양책 도입 가속화 기대로 큰 폭 올랐다.

13일(이하 미 동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985.00포인트(9.36%) 폭등한 23,185.6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230.38포인트(9.29%) 치솟은 2,711.0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673.07포인트(9.35%) 폭등한 7,874.88에 장을 마감했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주요 지수의 상승 폭이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다우지수는 포인트 기준으로 상승 폭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이번 주 10.36% 내렸다.

S&P 500 지수는 8.79%, 나스닥은 8.17% 하락했다.

시장은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이에 맞선 각국 정책 당국의 부양책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코로나19의 지속 확산에 다우지수가 전일 1987년의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낙폭을 기록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깊어진 상황이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확진자는 13만7천 명을 넘었고, 사망자도 5천 명을 상회했다.

코로나19에 맞선 주요 정책 당국의 부양책은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에서 적극적인 재정 부양책에 대한 약속이 나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근로자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은 약 370억 유로 규모의 투자기금 계획을 발표했다.

EU는 또 회원국에 재정 준칙인 '안정·성장협약' 적용 유연성을 부여하는 조항을 가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응 비용에 대한 각국의 재정지출 확대를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코로나19에 대해 국가 비상사태를 전격 선언했다.

비상사태 선포로 약 500억 달러의 자금을 코로나19 대응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드라이브스루' 검사 등을 비롯한 코로나19 검사 능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 등이 코로나19 대응 법안에 대한 합의가 임박했다는 발언을 잇달아 한 점도 시장에 안도감을 제공했다.

다만 아직 양측의 전격적 합의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과 합의가 없더라도 하원에서 자체 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주장한 급여세 감면과 관련한 이견도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급여세를 연말까지 감면하는 방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은행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날 30년물 국채 등을 포함한 다양한 만기 국채 매입을 단행했다.

전일 채권매입 프로그램의 대상 증권을 확대한다고 발표한 이후 곧바로 매입에 나섰다.

사실상 양적완화(QE)에 해당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지난주 50베이시스포인트(bp) 금리 인하에 이어 이날 금리를 0.75%로 또 한 번 50bp 긴급 인하했다.

2주일간 100bp를 내린 셈이다.

이와 동시에 캐나다 재정 당국은 재정 부양 패키지 도입 방침을 밝혔다.

이밖에 일본은행(BOJ)과 중국 인민은행(PBOC) 등도 유동성 공급 확대 방침을 일제히 밝혔다.

다음 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 인하나 QE 등이 단행될 수 있다는 기대도 한층 커졌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지속해서 접촉하고 있다면서, 재무부와 연준은 유동성 공급 확대를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과 함께 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므누신 장관은 또 이번 위기는 금융위기가 아니며, 경제가 연말에 큰 폭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장기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매수 기회라는 주장도 내놨다.

그동안 각국이 발표한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이 적지 않았지만, 더 적극적인 부양이 본격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국제유가 폭락에 대한 불안이 경감된 점도 주가 상승을 거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유시장 안정을 위해 에너지부에 전략비축유를 대량 매입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정규장 마감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급등세를 나타냈다.

투자 심리가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시장의 변동성은 여전했다.

다우지수는 장 초반 1,300포인트 이상 올랐던 데서 한때 84포인트가량으로 상승 폭을 줄이는 등 큰 변동성을 보였다.

주요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회견 이후 큰 폭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업종별로는 금융주가 13.23% 폭등했다.

기술주도 12%가량 올랐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우려보다는 양호했다.

3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예비치는 95.9로, 전월 확정치 101.0에서 하락했다.

다만 시장의 전망치인 95.0은 웃돌았다
미 노동부는 2월 수입물가가 전월 대비 0.5% 하락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예상치는 0.8% 하락이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증시의 변동성에 여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테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젠 골드만 연구 담당 대표는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본다"면서 "바이러스와 경제 영향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것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오른 것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오를 이유도 많지만, 앞으로 더 많은 약점을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23.37% 하락한 57.83을 기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