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버팀목 역할이 기대됐던 기관투자가가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보유 주식 포지션의 헤징(위험 분산)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기관의 배신?…하락장서 인버스 ETF에 '베팅'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가는 코스피지수 급락이 본격화된 지난 9일부터 5거래일간 ‘KODEX200선물인버스 2X ETF’ 216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기관의 순매수 규모는 삼성전자에 이어 2위다.

해당 ETF는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거꾸로 두 배 추적한다.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하루 1% 하락하면 이 ETF가 2% 상승하는 구조다. 시장이 하락해야 수익을 낼 수 있어 위험성이 크지만, 이 ETF에 투자한 기관은 지수 급락으로 1주일 새 27.5%의 수익률을 거뒀다.

기관은 다른 인버스 ETF 상품에도 적극 투자했다. 같은 기간 KODEX인버스(1050억원), KODEX코스닥150선물인버스(986억원)의 순매수 규모도 컸다. KODEX인버스는 코스피200 수익률의 반대로 가도록 설계됐고, KODEX코스닥150선물인버스 역시 코스닥150선물지수 수익률의 반대로 움직이는 상품이다.

최근 국내 주요 지수의 급락에 따라 이 같은 인버스 ETF에 투자한 기관은 높은 수익률을 냈다. 일반적으로 투자 종목의 주가가 올라야 수익을 낼 수 있는 기관 입장에서 이 같은 투자는 이례적이란 분석이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보험, 은행 등 손실 한도에 압박이 큰 기관을 중심으로 헤징을 한 것으로 본다”며 “현재 지수 흐름이 불안정한 상태여서 인버스 투자를 더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관과 반대로 레버리지 ETF에 베팅한 개인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보고 있다. 개인은 지난 9일 이후 KODEX레버리지에 1조489억원, KODEX코스닥150레버리지에 3352억원을 투자했다. 이 기간 KODEX레버리지의 손실률은 23.4%에 달한다. KODEX레버리지는 코스피200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두 배로 추적하는 고위험 상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공포심리가 만연해 있지만 각국의 경기 부양책 마련과 금융 국제 공조 움직임이 커지고 있어 주가 흐름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지수 흐름에 과도하게 베팅하는 투자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