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에 연일 폭락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우리 정부의 증시 안정화 대응책에 집중된다. 한시적 공매도 금지와 연기금 동원, 한국은행의 긴급 기준금리 인하 등이 거론된다.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1월20일부터 1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105억원 가량의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 2일부터는 9거래일 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국내 증시는 연일 폭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서도 연기금이 순매수세를 이어가며 지수 방어에 나섰다는 의미다.금융위원회는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단계별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를 마련하고 실행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지난 10일 첫 번째 카드로 공매도 과열종목을 확대 지정하는 규제안을 내놨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이에 두 번째로 연기금 동원 카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 투자 포트폴리오에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연기금이 투입될 경우 증시 적극적인 매수세를 통한 단기 증시부양 효과가 나올 수 있다. 외국인 투매 물량을 연기금이 받으면서 시장을 떠받치는 모양새를 연출할 수 있다는 기대다. 금융위는 지난 9일 코스피가 4%대 급락하자 연기금을 제외한 금융사 기관투자자에게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이에 기관들이 다음날(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6112억원 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코스피지수는 0.42% 상승했다.한시적 공매도 금지도 유력한 방안이다. 금융당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 발생 당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한 경험이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체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안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금지를 주장하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시장 전체에 대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통해 주가 변동성을 낮춰야 한다"고 했고, 개인 투자자 권인보호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전날 성명서를 내고 "지금이라도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추진해 개인 투자자 피해를 조금이라도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한국은행의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개최에 따른 긴급 기준금리 인하도 대응책으로 거론된다. 앞서 미국과 영국 등은 정례회의와 별도로 긴급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긴급 금리인하에 나섰다. 한국은행도 이달 말 긴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은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당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국내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려 유동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전날 '코로나19 극복방안 긴급 건의'를 통해 한은의 금리인하를 촉구했고,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지난 5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통화당국의 적절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금리인하를 우회적으로 요구했다.시장에서는 한은의 금리인하는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많다. 다만 이달 말 임시 금통위를 소집해 긴급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미국과 같이 임시 금통위를 소집해 긴급 금리 인하를 단행할 여지는 제한적"이라며 "한은은 지난 달 기준금리 동결에도 금융중개 대출한도 확대 등을 대응책을 내놨고 대응 방안을 금리보다는 '금융안정'에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SK증권은 13일 주식 시장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봤다. 이 경우 고점 대비 코스피지수의 50% 폭락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효석 연구원은 "금융위기 발생 시나리오는 상상하기조차 싫다"며 "일반적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주가는 -50% 수준까지 급락하는데, 이를 적용해보면 코스피 약 1100 수준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최고점 2267을 감안한 수치다.현재 금융 시장 폭락의 원인은 '기대의 붕괴' 때문이라고 봤다. 코로나19가 기대와 달리 세계적으로 확산돼 세계 경제의 수요·공급망을 훼손시켰고, 국제유가 급락으로 기대 인플레이션도 급락했다. 여기에 기대했던 정책에 대한 실망감도 표출됐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전망은 코로나19의 확산이 여전하고, 유가 하락에 따른 신용위험도 감지되고 있지만 정책 기대감으로 신용위험 부각이 지연되는 상황으로 가정했다.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불안감을 억누르는 경우다. 다음 주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주요국의 정책공조 기대감이 아직 남아있어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봤다. 이를 감안하면 코스피 하단은 1800, 상단은 2200으로 예상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정책패키지가 효과적으로 가동되면서 낙폭을 만회하는 것이다. 이 경우 투자심리가 회복되며 증시 역시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주식시장이 연일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코스피지수가 어디까지 추락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을 공식 선언해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증권가에선 최근 상황이 단순 유행병 수준을 넘어 세계 경제위기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연상하게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10년 주기설’이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한 증시 전문가는 “2020년 경제위기설이 회자되긴 했지만 코로나19가 방아쇠를 당기는 상황으로 치달을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과거처럼 대위기 국면으로 전개된다면 바닥 논쟁 자체가 의미없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게 불확실성인데 지금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그는 설명했다.다시 고개 드는 ‘10년 주기설’12일 코스피지수는 연중 고점(1월 20일) 대비 18.93% 하락한 1834.33으로 장을 마쳤다. 전날 WHO가 코로나19 대유행을 선언했고 이 영향으로 주요국 증시가 급락하며 한국 주식시장도 악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바닥을 예측한다는 게 부질없을 정도”라고 말했다.일부에서는 최근 상황이 “10년마다 큰 경제 위기가 온다”는 ‘10년 주기설’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자산가 사이에서 10년 주기설이 회자됐는데 당시는 막연한 전망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대유행으로 확산돼 세계 공급 및 수요에 타격을 입히고 실물 경제가 망가지는 상황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주요 산유국이 석유 감산 합의에 실패한 것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과거 주가가 폭락한 최악의 상황에서 바닥은 연중 고점 대비 50~60% 선이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코스피지수는 연중 고점 대비 54.5% 떨어진 선에서 바닥을 형성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고점 대비 63.6% 떨어졌다. 최근 하락 폭이 20% 정도이기 때문에 정말로 과거처럼 위기가 닥치면 30~40%가량의 추가 하락이 남았다는 얘기다.“사태 수습 신호 오면 U자 반등”하락 뒤 반등을 어떻게 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코스피지수는 ‘역(逆)N자’ 형태로 하락했다. 사태가 터지고 이듬해 6월까지 63.6% 폭락한 게 첫째 단계였다. 이후 V자형으로 급반등하면서 2000년 1월 초까지 코스피지수가 무려 267.4% 급등했다. 그러나 대마불사(大馬不死)로 통하던 주요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증시에 2차 충격이 발생해 이듬해 9월까지 55.4% 다시 폭락했다.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V자 형태로 반등했다. 2007년 말 위기가 터진 뒤 이듬해 10월까지 코스피지수가 54.5% 폭락했다. 하지만 2009년 빠르게 위기를 극복하면서 지수가 강하게 반등해 2011년 5월까지 137.4% 상승했다.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주요 지역이 중국 등 아시아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넘어갔다”며 “중국 우한의 선례를 보면 회복까지는 최소 두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정 센터장은 “이 기간에는 양적완화 등 각종 정책이 나와도 코로나19의 공포가 정책 효과를 압도하며 의미있는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낮지만 사태가 수습된다는 신호가 나오면 급격히 반등하면서 U자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